심지어 번개조차도 그들을 좋게 평가했다-W.S. 머윈

2024.9.1.

by 친절한 James


그들은 숲 속에 살았다.

산기슭에서 펼쳐지는

드넓은 숲 초입에 집이 있었다.

도시와는 동떨어진 자연 속 삶,

시골 읍내까지 도보로 1시간 넘게 걸렸다.

차는 없었다.

바구니 달린 낡은 스쿠터 한 대가

유일한 이동 수단이었다.

집에는 외부 전력 공급이 없었다.

간이 발전기가 하나 있는데

쓸 일이 거의 없었다.

휴대폰도 만년 취침 중이었다.


원래 그들은 대도시에 살았다.

번화가 한복판 누구나 알 만한

유명한 펜트하우스였다.

변화는 7년 전에 생겼다.

언제부턴가 P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잠을 설치고 활력이 떨어졌다.

소화도 잘 안되고 명치가 답답했다.

P는 건강에 자신 있었지만

불안을 떨칠 수는 없었다.

검사 결과는 십이지장 궤양이었다.

수술이 필요했다. 그 이후에도

합병증이 이어져 일상을 정리해야 했다.


Q는 P와 만난 지 10여 년쯤 되었다.

P는 미혼으로 50세까지 살았고

Q는 배우자와 사별하고 아이 없이

혼자 살고 있었다.

회사 순환보직 시기에 근무지가 바뀌며

두 사람은 새로운 기관에서

처음 한 팀으로 만났다.

마음이 잘 맞고 조금씩 가까워졌지만

두 사람 모두 결혼을 원하지는 않았다.

때마침 P가 큰일을 겪고

삶의 터전을 바꾸기로 정하자

두 사람은 함께 이곳에 정착했고

이제 5년이 다 되어간다.


여기는 원래 폐가였다.

그들이 인수해서 고치고 다듬기를

1년 정도 했다.

가진 건 별로 없지만

도시에서 떠날 때

마음을 내려두고 와서 홀가분했다.

할 일은 많지 않았지만

헛일도 별로 없었다.

텃밭에 식용 작물을 여럿 심었고

닭을 키웠다. 생필품은 읍내에서 조달했다.

해가 뜨면 눈을 뜨고 해가 지면 잠에 들었다.

바람이 불면 창문을 내어주고

비가 내리면 집에 머물렀다.

자연이 친구였다.

사계절의 변화가 세포로 느껴졌다.

나무의 숨소리가 들리고

안개의 속삭임이 울렸다.

두 사람은 한 몸처럼 움직이고

한마음처럼 생각했다.

사이가 좋았다.

심지어 번개조차도

그들을 좋게 평가했다.

천둥도 그들을 부러워했다.


어느덧 다섯 번의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찾아왔다.

그들이 사는 숲에도

새로운 생기가 움트고 있었다.


심지어 번개조차도 그들을 좋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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