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그녀)가 당신에게 춤을 청했다
2024.9.2.
by
친절한 James
Sep 2. 2024
"저기, 괜찮으시면
저랑 같이 춤추실까요?"
수줍은 손길이 살며시 다가오고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페르시아의 시장처럼
이색적인 설렘이 감도는 로비,
음악에 물결치는 사람들을
구석 자리에 앉아 구경하던 그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발길이 다가왔다.
"저요?"
"네, H님이요."
"아... 전 춤을 잘 못 추는데..."
"괜찮아요, 뭐 어때요.
오늘 같은 날 그냥 있기는 아쉽잖아요."
H는 중앙아시아의 밤 한가운데 있었다.
광활한 고요 속 별무리처럼 반짝이는
활기가 가득한 이곳은 몽골, 오늘이
이곳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내일 오후 비행기로 모두 돌아가야 하기에.
어떻게 할까. 춤추는 건 쑥스러운데,
그냥 넘어가기에는
이 순간이 아쉽기도 하네.
학교를 졸업하고
국립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10여 년 일한 H.
한 달에 한두 번 주말에 의료봉사를 다녔다.
전국 구석구석 산촌과 어촌, 섬을 두루 방문했다.
근무할 때와 일은 비슷해도 보람이 더 컸다.
물을 퍼낼수록 더 맑은 물이 차오르는
샘물 같은 시간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풍요로웠다.
계산 없는 나눔의 순간은
식어가는 가슴을 데워주었다.
그런 하루들이 쌓이자
H는 더 큰 봉사에 참여하고 싶었다.
그래서 올해 여름휴가 때
해외의료봉사단으로 여기에 왔다.
봉사단은 바쁜 일정을 모두 마치고
현지 주민들이 마련한 감사 행사에
참석 중이었다.
맛난 성찬과 축하 공연을 즐기고
음악 속에서 자유롭게 어울리는 자리가 생겼다.
H는 쏟아지는 은하수를 조명으로
유쾌한 모습들을 구경하는 게 좋았다.
그런데 춤을 권유받다니.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H는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났다.
모두 각자의 즐거움에 취해
그를 주시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 한 번 분위기에 빠져 보자.
춤은 못 추면 그런대로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여기가 댄스 경연장은 아니니까.
굳어있던 몸을 좀 풀어볼까.
왕년에 다리 좀 흔들던 솜씨를
한번 털어볼까.
그녀가 당신에게 춤을 권했다.
인생을 바꿀 무도회로의 초대.
그(그녀)가 당신에게 춤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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