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깨졌는지 써라
2024.9.3.
by
친절한 James
Sep 3. 2024
"찌익, 틱, 탁탁."
조금씩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사람과의 사이에 놓인
얇은 유리창 곳곳에 충격이 생기고
나뭇가지 같은 줄이 갈라져 나갔다.
무뚝뚝하고 사무적인 태도가 숨 막혔다.
자석의 같은 극성이 서로 밀어내듯
가까이 다가서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그런 투명한 가림막에 균열이 나며
바람이 통하기 시작했다.
발단은 소통의 부재였다.
어떤 의견에 대해
그 사람과 S는 의견이 달랐다.
의도와 달리 오해가 생길 수 있었다.
그러나 S는 그 사람을
이해시키거나 설득하려는 노력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자칫 잘못하다가 사태를 더
악화시킬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
자기만의 걱정과 감상에 빠져들었다.
동굴의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입구에 비치는 빛이 아른거려도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여태 잘 적응한 세상의 밝기에
눈이 부실까 봐 두려워졌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삶의 여백이
저절로 채워질 때까지 기다리곤 했다.
그런 상황이 여러 번 있었고
그때마다 그 사람은
답답하고 서글프고 불안했다.
S는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상대를 배려하지 못했다.
상처를 줄까 조심스러워진 행동은
그 사람에게 더 큰 상처를 주었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이 간단한 걸 잊고 있었다.
핑계를 둘러대는 건 아니다.
생각과 감정을 되도록
솔직하고 자세하게 드러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자기 마음을 당연히 알아주고
헤아려주리라 여겼다.
누군가의 심정을 그렇게
속속들이 알 수 있을까.
말과 행동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으면
관계의 이음매는
헐거워지고 닳아버리게 된다.
방치하면 끊어져 버린다.
S는 마음 표현에 익숙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그렇게 지냈다.
그게 옳을까.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아야 할까.
속내를 드러내 다 보여주지 못하면
속에서 곪아 상할 수 있다.
그냥 저절로 되는 건 없지.
사랑이라는 인연은 특히 더 그런 것 같아.
S는 서툰 용기를 냈다.
비에 눈이 녹듯 눈물에 유리벽이 녹아내렸다.
감정에 숨고 서툰 표현, 답답한 태도,
이것이 깨지기 시작했다.
무엇이 깨졌는지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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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
소통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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