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갈망하는 것의 목록

2024.9.10.

by 친절한 James


푸른 바다 저 멀리 흩어지는 물결.

적당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

신발을 벗고 촉촉한 해변을 걷는 촉감.


그녀는 바다가 좋았다.

바닷가에서 나고 자랐다.

걸음마보다 수영을 더 먼저 배웠다고 한다.

물속에서의 자유로움과

묵직한 고요가 좋았다.

하루 종일 바다를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았다.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바다에 눈을 붙인 듯

가만히 앉아 있었던 날도 꽤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녀는 바다가 싫어졌다.

싫음보다 미움이 더 컸다.

아마 열 살 즈음이었을 거다.

어부였던 아버지를

바다에 묻고 가슴에 묻은 때였을까.

외동딸을 유난히 예뻐한 사람이었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해

항상 미안해하던 남자였다.

풍랑에 무리하게 나선 조업이 화근이었다.

그녀의 열 살 생일을 보름 앞두고

희미한 보름달 아래에서

동료 둘을 살리고 영영 떠나버린 그.

그녀의 엄마는 혼절했고

그녀는 하염없이 울었다.

그날의 감정은 30년이 지나도

불꽃처럼 탁탁거리며

일상 위로 비집고 나왔다.


그녀는 성인이 되어 도시로 왔다.

바다 냄새가 견디기 힘들었다.

어떻게든 멀리 떠나고 싶었다.

그녀의 엄마는 새로운 살림을 꾸리고

소식이 끊겼다. 그녀에게 고향 바다는

잊고 싶은 어딘가로 전락했다.


그녀는 꽃이 좋았다.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놓이고

여유가 생기는 순간이 좋았다.

그녀는 수많은 꽃 중에서도

해국을 제일 좋아했다.

흙도 없고 물도 없는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연보랏빛 미소를

안겨주는 꽃송이들이 반가웠다.

기다림과 침묵이라는 꽃말이 있다는데,

그 두 가지는 그녀가 잘하는,

잘한다기보다 익숙한 일상이었다.

그녀는 어릴 적 바다를 보듯

꽃을 자주, 오래 들여다보곤 했다.

그녀는 그걸 '꽃멍'이라고 불렀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 자기 마음에

던져 줄 꽃 한 송이,

가슴 한가운데 오래 간직할

꽃향기 한 움큼을 갈망했다.

그녀가 갈망하는 것의 목록,

아버지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고

어머니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많은 것을 원치 않았다.

일상의 행복, 그러나 그게 제일 어려웠다.


그녀가 갈망하는 것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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