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떠나 살면서...

2024.9.9.

by 친절한 James


나풀나풀 사뿐사뿐,

창밖에 나비 한 마리가 아른거렸다.

밝게 쏟아지는 햇살이 방을 가득 채웠다.

네 사람이 누우면 가득 찰 공간에

Z가 가로누워 있었다.

거친 턱수염 위로

새파란 숨이 파르르 물결쳤다.

C는 Z 옆에 앉아 있었다.


"그날이 벌써 1년 전이었군요."

C는 Z의 가족들 앞에서 말을 이어나갔다.

"Z가 Q 지역에 나타난 건 5년 전이었죠.

그곳은 지도에도 없는 곳입니다.

누구도 본명을 쓰지 않아요.

과거의 삶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직업, 고향, 가족 등 일체 묻지 않는 게

Q의 불문율입니다."

"그래도 생활하고 경제 활동을 하려면

인적 사항이 필요할 텐데요."

Z의 남동생이 물었다.

"Q에서는 오직 현금만 써요.

일반은행은 없고 조합 신용금고가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하역장이나 폐기물 처리장,

도축장 등에서 일하고 당일 현금 급여를 받아요."

"도대체 왜 그이는 거기에 갔고 어떻게 살았나요?"

Z의 아내가 다시 울먹거렸다.

"이유는 저도 잘 모릅니다.

Q에는 보통 시한부나 막장 인생들이 모입니다."

"뭐야, 그럼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막돼먹은 사람이라는 거야?"

Z의 아들이 흥분해서 언성을 높였다.

"그런 뜻은 아닙니다.

저도 이 일을 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그런 경우가 꽤 많았다는..."

'퍽' 소리와 함께 C는 뒤로 쓰러졌다.

Z의 아들이 떨리는 주먹을 흔들었다.

"닥쳐, 이 자식아.

네가 뭐라고 아버지에 대해 씨불여?"

C는 익숙한 듯 자세를 다잡았다.

"Q에서는 근로자와 관리자 계급이 있고

5년 이상 근로자는 A, 나머지는 B로 구분되죠.

Z는 A 중에서도 A+로 구분된 모범 근로자였어요.

관리자는 고위층과 하위층이 있는데

저는 하위층 전달자 직종입니다.

Q에서 사망한 이들의 유해를

가족에게 전달해 줍니다.

원래는 안 되지만

특별 허가를 받아

Z의 임종 전에

가족 분들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제가 Z와 친분이 좀 있었어요.

반주를 한 잘 걸치면

그가 하던 말이 있었죠.

'울며 태어난 한 세상,

먹고사는 문제만 고민하다 갈 것인가.

죽기 전에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보자.'"

"아니, 그럼 그전에는 그이가

제대로 못 살았다는 건가? 말도 안 돼."

Z의 아내가 가슴을 치며 바닥에 쓰러졌다.

Z의 아들이 그녀를 얼른 부축했다.


"집을 떠나 살면서..."

C는 고장 난 라디오처럼 말을 이어갔다.


집을 떠나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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