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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Oct 25. 2024

누군가와 함께 여행 중이다

2024.10.25.


아침이 밝았다.

아, 여기는 집이 아니지.

이제 익숙해질 것도 같은데 아직 낯설다.

하긴 이제 3일 차니까.

그리고 오늘은 다른 곳에서 묵을 예정이다.

"잘 잤어?"

2층 침대 위에서 H가 내려오며 말했다.

"그래, 너도?"

"어제 늦게까지 돌아다녀서 좀 피곤한데

  뭐 괜찮아."

"어제 열심히 걸어 다니긴 했지."

"로마에서의 마지막 날이었으니까.

  그래도 몇 밤 지냈다고 정들었는지

  좀 아쉽더라고."

"맞아, 더 있었으면 좋을 텐데."

"그래도 또 새롭게 갈 곳이 많으니까."


우리는 유럽 여행 중이다.

이탈리아와 스위스, 벨기에를 거쳐

네덜란드로 향해 북진하는 보름 일정.

그중 일주일은 이탈리아에서 보낸다.

로마와 피렌체, 피사와 베네치아를 방문하고

스위스로 갈 것이다.

아, 로마에 있을 때 폼페이와 포지타노도

구경한다. 전반적인 여행 계획은 H가 만들었다.

학창 시절부터 국내외 여행 경험이 풍부했기에

이번 과정도 세밀하게 꾸몄다.


"오늘은 점심 먹고 기차를 타야 하니까

  늦지 않게 가야 해."

"그래, 어제 짐을 미리 싸놓길 잘했네."

버터와 잼을 바른 식빵, 우유와 치즈,

그리고 지중해 햇살 담은 과일 몇 조각.

간단한 아침을 먹고 씻은 뒤

둘은 게스트하우스를 나왔다.

곧 멀리서 다가오는 콜로세움이

그들을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매일 아침 지나는 길,

숙소에서 먼 지역부터 둘러봤기에

로마 마지막 목적지가 이곳이었다.

가장 가까웠던 곳을

제일 마지막에 보는 만남이었다.

거대한 고대 유적의 위용은

TV나 인터넷에서 보던 모습과는

차원이 달랐다. 아쉽게도 그날

내부에 들어갈 수 없었는데

가깝고 먼 배경으로 사진은

실컷 찍었다.

두 사람은 맞은편 공원에서

잠시 쉬다가 방으로 돌아와

짐을 챙겨 나왔다.

정든 로마여, 안녕.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점심은 미리 알아본 식당에서 먹었다.

"와, 이건 진짜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네 ㅋㅋ"

"그러게, 소개팅은 아니지만

  본토에서 먹는 파스타라니 ㅋㅋ"

여행을 함께 나눌 좋은 친구가 있다는

즐거움 속에서 나는 누군가와 함께 여행 중이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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