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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Oct 26. 2024

밤새 비가 왔다

2024.10.26.


"오늘도 어제 같을까?"

"글쎄, 밤에 비 온다는 일기 예보는 있던데."

"오늘은 맑았으면 했는데 아쉽네."

"한번 지켜보지 뭐."


엊그제까지만 해도

한 달 내내 비 한 방울 없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을,

나들이 가기 좋은 시간이었지.

A와 B가 함께 있다.

서로의 생활 궤적을 공유하는 사이로

만난 지 7년이 되었고

올해 봄부터 한집에서 살고 있다.

혼인신고는 천천히 하기로 했다.

아직 결혼식을 계획하지는 않았다.

둘 중 무엇을 먼저 할지,

언제쯤 할지는 사실 두 사람도 잘 몰랐다.

막연히 내년 날씨 좋은 어느 날 즈음?

그들에게는 매일을 살아내는 게 더 중요했다.


"오랜만에 맞은 휴가 동안 비가 오면 아쉬워."

"그래도 나름 운치 있지."

"난 별이 보고 싶단 말이야."

"오늘은 비가 안 오면 좋겠다."


가로등 없는 깊은 숲 속.

여기는 지난달 새로 문을 연

국립 자연 휴양림이다.

숲나들이 떠나기 좋은 계절,

둘은 모처럼 휴가를 내고 쉬기로 했다.

참 오랜만에 같이 가는 캠핑, 많이 기대했지.

불나방처럼 달려든 피켓팅 당첨 기쁨도 잠시,

빽빽한 도시를 떠나 별빛 감성을 느끼려 했는데

첫날은 밤새 비가 왔다.


"텐트 위에 후드득 떨어지는 비감성도 좋네."

"그래, 좋다. 그래도 오늘은 맑기를 바라."


어제 비가 온 건 자정 조금 전이었다.

달이 구름에 흐렸지만 조금만 있으면

맑을 것 같았던 하늘은

조금씩 빗방울을 떨어뜨리더니

이내 왁자지껄한 함성을 쏟아냈다.


"아, 왜 하필 어제였을까.

  그전까진 날씨가 개었는데."

"그니까. 타이밍이 좀 아쉬웠지만

  아직 두 밤이 남았으니까 기다려보자."

"몇십 년 만의 슈퍼문도 보고 싶다."

"나도. 기다리면서 뭐 좀 먹을까?"


B는 익숙한 듯 A의 말을 받으며 화제를 바꿨다.

오늘 밤에도 비가 올까.

사실 비가 와도, 안 와도 그만이다.

이렇게 함께 있다는 게 제일 큰 기쁨이니까.


밤새 비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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