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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Oct 28. 2024

그(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2024.10.28.


그는 말이 없었다.

힘겹게 들이켜고 내뱉던 숨결이 멈췄다.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저 고요함이 방 안 가득 울려 퍼졌다.


그녀가 왔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다.

늦고 싶지 않았다.

그가 심상치 않다고 연락받고

바로 차를 탔다.

그녀의 초조함은 교통체증보다

더 답답하게 끓어올랐다.

어떻게든 서두르려 했는데

마음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정체가 겨우, 조금 풀린 고속도로 위에서

그녀가 다시 받은 연락은

그의 사망이었다.

아, 아찔했다.

한 움큼씩 쌓은 모래성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파도에 무너져버린 느낌.

간신히 붙잡고 있던 끈이 끊어지며

몸이 뒤로, 밑으로 쓰러지고 떨어지는 기분.

물이 새는 수도관 틈을

손으로 막다가 관이 터져버린 상태.

그랬다. 눈물이 났다.

바다거품처럼 짠맛이 났다.

통곡하지 않았다.

그저 고장 난 온수기처럼

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녀는 그의 집에 도착해 계단을 올랐다.

몸이 위로 오를수록 마음은 아래로 가라앉았다.

소란스러운 침묵이 가득한 방,

그가 누워 있었다.

그녀는 주저앉듯 침대 곁에 쓰러졌다.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눈 감고 가지런히 쉬고 있는 그의 육체,

몸은 그대로인데 뭐가 달라졌을까.

그녀는 사후세계를 믿지 않았지만

지금만큼은 그의 영혼이 그녀의 곁에,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이 방에

아직 머물러 있을 거라 믿고 싶었다.

늦어서 미안해요.

이렇게 떠나다니.

빨리 오려고 했는데.

너무 슬퍼요.

그녀의 머릿속에 여러 생각들이

홍수에 휩쓸린 잡동사니처럼 나뒹굴었다.

누군가 그랬다.

사람이 죽으면 그 시신을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잠시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몸을 흔들거나 만지면 영혼이 흐트러진다고.

자신의 슬픔을 시체에 이입하지 말라고.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 그녀는 왜 그런 말이 생겼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오늘, 그는 세상을 떠났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그녀를 남겨둔 채로.


그는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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