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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Oct 30. 2024

누군가 당신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다

2024.10.30.


"저기요."

"네?"

"잠시만요."

"왜요?"

"아, 그게..."


뭐지.

누군가 말을 걸었다.

뒤돌아보니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목소리는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

누구지.

"저 혹시 모르시나요?"

"처음 뵙는데... 저를 아시나요?"

"네, 혹시 OO님 아니신가요?"


사실 Q는 그 사람이 아니다.

닮았다는 말은 몇 번 들었다.

요즘 TV에 종종 나왔다.

Q가 볼 땐 많이 비슷하지는 않고

약간의 느낌이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얼굴을 헷갈릴 정도는 아닌데.


"아, 저는 그분이 아니에요. 잘못 보셨어요."

말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말을 계속 붙였다.

"죄송해요. 제가 착각했나 봐요.

  정말 죄송합니다. 사과드릴게요."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괜찮습니다."

어색한 미소를 띠며 자리를 옮기려는데

길을 막아서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

순간 말이 안 나왔다.

슬슬 짜증이 나려 했기에

얕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저기요, 제가 그 사람이 아닌 건 확인됐고

  그렇게까지 죄송할 필요는 없어요.

  괜찮습니다. 그럼."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문장을 또박또박 공손히 내뱉었다.


"네네, 알겠습니다. 감사해요."

이제 끝났겠지?

"그런데 잠깐 시간 좀 내줄 수 있어요?"

뭐지.

버스 시간에 더 늦기 전에

빨리 지하철을 타야 한다고.

퇴근 시간이 꽤 지나서

승객이 좀 적겠지만

집으로 가는 광역버스는 대부분 만석이다.

좌석이 없으면 다음 차편을 기다려야 하는데

요즘 날씨가 부쩍 추워져서 힘들다고.

오늘 옷을 너무 얇게 입었네.

아, 지금 그럴 걱정을 할 때가 아니지.


"저 바빠요."

"네, 알고 있어요. 잠깐이면 돼요."

"죄송합니다. 먼저 갈게요."

이번엔 내가 죄송할 차례인가.

막 걷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한마디.


"너, OOO이지? ㅁㅁㅁ에서 일하고

  집은 △△△이고."

헉, 숨이 막혔다.

Q는 바로 뒤돌았다.

"당신, 누구세요?"

"그러니까 시간 내달라고 할 때

  말을 들었어야지."

오싹, 소름이 돋았다.

이 사람은 누구고 무슨 일일까.


누군가 당신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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