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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Oct 31. 2024

낮 공연에서

2024.10.31.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그대 사랑 없는 하루

  상상할 수 없는 현실~♬"


로코 R의 청아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가

관객석을 향해 울려 퍼졌다.

반원에 가까운 부채꼴로 모여 앉은

천여 명의 사람들은 그 꼭짓점에서

피아노 반주에 맞춰 통기타를 연주하며

노래 부르는 무대 위 그녀에게

푹 빠져있었다.

25년이라는 세월은

쉼 없이 활동해 온 싱어송라이터의 목소리를

바꿔놓지 못했다. 오히려 매력을 더하고

더 빛나는 보이스로 빚어냈다.

더 깊고 풍성한 음색을

장착해 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반반세기 음악 인생을

정리하는 연말 콘서트를 준비 중이었다.

올해 초부터 그 계획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대중 매체에 잘 나오지는 않지만

장르를 넘나드는 활발한 앨범 발표와

각종 선행에 앞장서 왔던 그녀는

세대를 넘어 모두가 좋아하는 뮤지션이었다.


그녀에게 허락된 2시간을 위해

전국에서 참 많은 사람이 모였다.

개런티도, 입장료도 없는 공연이었지만

청중은 자선 기부함을 가득 채웠고

수익금 전액을 이웃 돕기에 쓰는

기념 발매 음반은 일찌감치 동났다.

이 자리에는 A와 W도 함께 있었다.

A가 로코 R의 오랜 팬이었고

W도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다.

결혼 5주기를 앞두고

특별 이벤트로 W가 응모한 사연이

당첨되어 초대장을 받았다.

A가 기뻐하던 모습이

지금도 W의 눈앞에 선했다.


"와, 사람들 진짜 많이 왔다."

"그러게, 공연장이 터져 나가겠는데."

"일찍 출발하길 잘한 것 같아."

"그래, 참 오랜만이다. 이렇게

  우리 둘이 공연 보러 오는 거."

"맞아, 정말 감사한 일이지."


그들의 좌석은 로코 R과

눈길을 주고받을 수 있을 만큼

무대와 가까운 곳이었다.

방송 카메라 몇 대가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전국으로 방송도 나간다고 하는데

얼굴이 나가면 어떡하지. 부끄러운데.

뭐 어때,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거야.

드디어 시작한 공연,

그들은 군중과 함께 땅이 떠나갈 듯

큰 환호성과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와, 로코 R은 나이를 안 먹나 봐.

그림 같은 선율이 그들의 오후를

빈틈없이 채웠다.

아,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올까.

낮 공연에서 A와 W는

큰 행복을 느꼈다.

그들의 사랑을 더 빛내는

맑고 아름다운 행복의 시간이었다.


낮 공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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