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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Oct 24. 2024

창문 없는 방

2024.10.24.


"삑삑삑 띠리링~"

도어록이 열렸다.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집 냄새가 훅, 익숙한 내음이다.

아무도 없지만 불 켜진 방이

K를 맞아주었다.

나약한 안도감이 방바닥에서 찰랑거렸다.

"그래도 우리 집이 편하지."

누군가에게 말하듯 K는 입을 열었다.

"싱크대 딸린 작은 공간에 화장실까지,

  서울에 이만하면 다행이야."

머쓱한 애석함이 K의 입술에 묻어났다.


K는 4년째 서울살이 중이다.

지방 고향에서는 제법 수재라고 칭찬 들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부모님의 큰 자랑이었던 K였다.

지난 6년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가정 형편을 잘 알기에

아르바이트는 일상이었다.

안 해본 것 빼고는 다 해보았다.

과외가 괜찮았다.

저축도 하고 가끔 부모님께도 용돈을 드렸다.

한사코 안 받으셨지만

K는 집에 다녀올 때마다

부모님 손에 봉투를 쥐어 드렸다.

조금씩 모은 돈으로

휴학하고 워킹 홀리데이도 했다.

드넓은 남반구 대륙에서의 1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지만

예상보다 쉽지 않았다.

어쨌든 돌이켜보면

다녀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은 했지만 취업은 어려웠다.

1년 동안 127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자격증을 더 따놓을 걸 그랬나.

힘든 시간을 고민으로 채우다가

K는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다.

그래, 박봉이라도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면

그걸로 됐지. 욕심부리지 말고 살자.

학원 가까운 곳에 집을 얻었다.

신입생 때보다 월세는 왜 이리 올랐는지.

채광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창문 없는 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돈이 없었던 걸까.

학교 다닐 때보다 조건은 나빠졌는데

가격은 배가 넘었다.

이 돈이면 그때 꽤 괜찮은 곳에

살 수 있었는데.

하긴 그랬다면 거기 안 가고

돈을 더 모았겠지.

매달 집세를 낼 때마다

팝업 창처럼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밖을 볼 수 없으니 많이 불편했다.

햇볕을 마주할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도 슬픈 일이었다니.

독서실을 등록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아 집에서 공부했다.

어차피 나갈 돈, 이중으로

소비할 수는 없지.

씁쓸했지만 K는 오늘도 다짐했다.

기필코 올해에는 합격하리라.

공부하다 밤을 새운 K는

책상에 엎드려 잠들었다.

창문 없는 방이

말없이 K를 안아주었다.


창문 없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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