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친절한 James Oct 23. 2024

유리 뒤에 갇혀 있는 것

2024.10.23.


M은 자신을 바라보았다.

거울에 비친 자화상.

눈을 보고 코와 입, 귀를 살폈다.

표정 짓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이미지.

M은 손을 들어보고 발을 움직였다.

그대로네. 외모를 그대로 담아낸 모습이

친근하고 또 낯설었다.

'나'인데 '내가 아닌 그림자'가

나를 흉내 내고 있었다.

M은 거울을 보는 자신이

쑥스럽고 신기했다.

그만 따라 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M은 거울 모서리를 주먹으로 두드렸다.

무뚝뚝한 소리가 튕겨 나왔다.

여전히 따라 하네.


M은 손을 내리고 거울을 노려보다가

다시 주먹을 불끈 쥐고 거울을 내리쳤다.

순간 거울면 전체가 울렁거리며 물결쳤다.

폭풍우에 파도치는 호수처럼

일그러진 거울은 유리가 아니었다.

얼음처럼 차가웠고 고무처럼 말랑했다.

부르르 떨리던 거울면 너머

M의 잔상이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이건 유리가 아니야. 거울도 아니야."

놀란 M은 뒷걸음질 쳤다.

거울의 모든 움직임이 곧 멈추고 정적이 흘렀다.

M은 다시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내가 있어.

어,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거울로 조금씩 다가가는데

비치는 모습은 그대로네.

움직임 없이 그림처럼 가만히 있다.

M은 왼손으로 거울을 문질렀다.

그래도 변화가 없어.

소름이 터졌다.

섬뜩해졌다.

M은 손을 내리고

뒤로 돌아서려고 했는데,

앗 손이 거울에서 떨어지지 않아.

M은 오싹했다. 손을 떼어내려고

애쓰고 있는데 거울 속 이미지가

느린 움직임을 보이더니

M의 손바닥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앗, 이게 뭐야!"

M은 식은땀이 났다.

빨리 손을 빼려고 오른발로

거울을 밀며 힘을 주었는데

이럴 수가, 발도 붙어버렸다.

철판에 달라붙은 자석처럼.

두려움에 떨고 있는 M에게

거울 속 M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랜만이야 M, 나를 기억하겠니?"

서늘한 목소리가 M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너 뭐야, 날 놓아줘!"

M은 낑낑대며 소리쳤다.

"글쎄, 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네가 한 짓을 생각해도?"

이미지가 점점 커져갔다.

M은 정신을 잃었다.


유리 뒤에 갇혀 있는 것


이전 17화 교묘한 속임수에 대해 써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