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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Nov 23. 2024

우리가 OO을 향해 떠났을 때

2024.11.23.


떠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준비는 거의 끝났다.

크고 작은 여행용 가방들은

문 앞에서 빨리 나가자고

징징거리며 바퀴를 끌고 있다.

얼마만의 여행인가.

많이 바빴다.

시간이 없었다.

아니, 시간은 있었지.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거야.

잠깐 놓아두어도 될 걸

고집스레 잡고 있었네.

뭐, 지난 것은 핑계다.

아무튼 중요한 건

지금 떠난다는 것,

여기에 집중하자.


날씨, 참 맑구나.

어제까지만 해도 미세먼지 가득

희뿌연 하늘 아래 마음도

우중충했는데 오늘은

푸른 하늘이 쨍하다.

바람도 너무 차갑지 않고

기분도 덩달아 상쾌하네.

어디론가 떠나기 딱 좋은 날,

우리는 OO을 향해 떠나고 있었다.

우리가 집을 나선 건 낮이 저물어갈 무렵,

하루라는 틀이 기울어가는 어느 때였다.

아침 일찍, 또는 오전에 떠났으면

더 좋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꼭 그때만 떠나라는 법은 없으니까.

비행기 시간에 맞추려면

지금 떠나는 게 좋을 것 같다.

시간은 많이 남았지만

태양빛이 너무 밝지 않고

아직 어둠이 오기 전에,

그 중간에 움직이는 걸

우리는 좋아하니까.


너무 자세한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모든 건 예정대로 되지는 않는다.

대략 일주일 정도 머무를 테지만

더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지.

직장에 얽매이지 않는 삶이

이럴 때 참 좋다.

흔히 인생을 여행이라고 한다.

그 큰 여행 속에

수많은 작은 여행들이

송이송이 빛나고 반짝거린다.

오늘도 그 한 알을 채우기 위해

길을 떠난다. 온전한 나를 찾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우리가 OO을 향해 떠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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