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4.
촤아악 촥촥~
따뜻한 물에 몸을 씻으면 기분이 좋다.
얼굴을 닦고 머리를 감고
몸을 헹궈낸다.
샤워! 하루의 작은 휴식처다.
아무 생각 없이
흐르는 물살에 심호흡을 뱉어낸다.
기분이 나아졌다.
이제 샤워기 물을 끄고
살갗에 묻은 물기를 닦아야지.
머리에는 수건을 두르고
몸집에는 샤워 가운을 두른다.
전신을 감싸는 보송보송한 포용,
지하수를 빨아들이는 나무뿌리처럼
수분을 쏙쏙 뽑아가는 상쾌함,
창칼을 막아주는 방패처럼
찬기운을 척척 막아주는 든든함, 좋다.
샤워 가운을 쓴 지 몇 년 되었다.
결혼 선물로 받았다.
그전에는 그냥 타월로 몸을 닦았다.
샤워 가운을 걸치면 구석구석
물방울이 잘 흡수될까 의문이었다.
굳이 쓸 필요가 있을까
유별난 듯싶었다.
가끔 호텔을 이용해도
객실에 있는 샤워 가운은 쓰지 않았다.
그저 멋들어진 장식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샤워 가운의 유용함을 잘 누리고 있다.
참 편하다. 예전에는 수건으로
물을 일일이 훔쳐냈는데
지금은 가운을 착 걸치면 된다.
대부분의 수분은 흡수되고
일부 물기는 머리 드라이 할 때
같이 말려주면 된다.
큰 수건을 입는 셈이다.
하루 일과의 시작 또는
마무리를 장식하는 샤워,
유쾌한 출발과 산뜻한 끝맺음을
함께 하는 샤워 가운은
벗은 몸을 감싸는 편안한 벗이다.
샤워 가운은 수영장에서도 볼 수 있다.
물에서 나왔을 때 체온 유지를 위해 입는다.
호텔에 딸린 물놀이 시설에서 주로 쓴다.
가족과 만든 즐거운 추억들이
목욕용 가운을 입을 때마다 생각난다.
실과 면 틈새마다 물방울뿐만 아니라
기억도 방울방울 맺혀있다.
지금까지는 부부 가운만 있었는데
얼마 전 한 벌을 더 마련했다.
이제 목도 가누고 두 발로 걷는
돌맞이 아기가 입을 타월,
옷처럼 입을 수 있는 수건도
있다는 걸 알려줘야겠다.
이렇게 샤워 가운은 대를 이어 쓰인다.
비단 이것뿐일까. 물건에 얽힌
시간을 공유하는 특별한 나날은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 어떤
만남이 기다길까 기대된다.
옷걸이에 걸린 가족 가운이
우리를 지그시 바라보며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