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바다 앞에
우리는 서 있다
말보다 먼저
빛이 오른다
밤새 얼어 있던 수면 위로
해가 천천히
자기 이름을 부르네
새해는
요란하지 않게
이렇게 시작된다
다짐은
크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다시
살아보겠다고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일
기도는
무엇을 달라는 말보다
지켜내겠다는
약속에 가깝다
이 아이의 하루가
너무 빨리 닳지 않도록
이 가족의 마음이
서로를 놓치지 않도록
우리는
눈을 뜨고
같은 방향을 본다
바다는 차갑지만
빛은 따뜻하고
그 사이에
길이 생기네
넘어질 날도 오겠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이 아침이
조용히 가르쳐준다
그래서 나는
올해도
욕심보다
성실을 택하고
속도보다
함께를 택하고
두려움보다
사랑을 먼저 부르기로 해
해는 이미
충분히 떠 있다
이제
건너가기만 하면 된다
잘 살아보자
기도하듯
다짐하며
이 빛을 안고
새해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