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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Jan 13. 2024

그녀가 올려다봤을 때...

2024.1.13.


이제 보인다. 저기인가.

D의 시야에 작은 구조물이 들어왔다.

길 양옆으로 하늘을 가득 채운

초록빛 잎사귀들마다

갓 볶아낸 햇살 내음이 스며들었다.

바람은 선선하고 날씨는 화창하네.

아, 이렇게 맑은 날이 얼마만인가.

경쾌한 발걸음은 숨을 고르며

그루터기 옆에서 쉬고 있었다.

D는 백팩에서 작은 금빛 텀블러를 꺼냈다.

캬, 갈증이 날아가네. 이맛이지.

이마에 돋아난 땀들로 비어있던

피부 속이 채워지는 것 같았다.


이제 얼마쯤 남았으려나.

숲이 이루는 스카이라인의 소실점,

그 끄트머리에 있는 그곳까지는

5분쯤 더 걸으면 될까.

D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떼었다.

말랑한 흙길과 돌무더기 언덕을 지나 다다른 곳,

G 전망대다. 멀리서는 작은 점으로만 보였는데

가까이에서 마주하니 규모가 상당하다.

그녀가 밑에서 올려다봤을 때 위쪽에는

사람들이 꽤 있어 보였다. 이제 올라가 볼까.


단정한 나무계단 소리가

목관악기처럼 낮게 울렸다.

촘촘한 나무판자를 세워

외부와 통하게끔 설치한 벽마다

지역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이 걸렸다.

자연을 아끼고 지구를 사랑하자는 내용,

그중 열나는 지구 이마에 손을 얹어

다독여주는 작품이 인상 깊었다.

지구가 아프면 우리도 성치 못할 테니.


6층쯤 올라왔을까.

D가 마지막 계단을 딛고 고개를 드니

사방으로 드넓게 펼쳐진 숲의 바다가

눈앞에 쏟아졌다.

초록빛 바닷물 속에서 유영하다가

수면에 머리를 내밀어 숨을 쉬는 듯하다.

대양을 가로지르는 고래가 된 기분이랄까.

그녀는 한 바퀴 빙그르 돌며

풍경을 구경했다.

포토존에는 짧지 않은 줄이 늘어섰는데

사진은 좀 있다가 찍지 뭐.

D는 전망대 데크 구석으로 갔다.

멀리 부드럽게 솟아난 산과

그 너머 고요한 수평선이 한 조각 떠 있는 방향,

산과 바다가 있다면 아마 동쪽이려나.

D는 전망대 난간에 턱을 괴고 경치에 젖어들었다.

이곳을 올려다볼 때만 해도

그저 숲 속의 한 점으로만 여겨진 자신의 모습이

이제는 하늘에 맞닿은 흰구름처럼 뭉실 떠올라

두루마리 휴지처럼 돌돌 펼쳐지는 기분이다.

그래, 오길 잘했다.

푸른 제주도의 하루가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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