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그녀)의 호흡을 세어보기

2024.2.9.

by 친절한 James


"피곤하지? 눈 좀 붙여."

"알았어, 나 좀 쉴게. 이따 깨워줘."

"그래, 휴게소 들르면 깨워줄게."


고속도로 진입 전 신호대기 때

그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이번에도 참 애 많이 썼어.

내 걱정은 말고 푹 쉬고 있어."

"고마워, 이따 내가 운전할게."

"아이고, 그런 생각은 말고

그냥 푹 쉬면 돼, 알겠지?"

"알았어, 고마워."

신호가 바뀌고 차가 출발했다.

명절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기나긴 귀가 행렬의 막이 올랐다.


그들은 지난주 목요일 이곳에 왔다.

서쪽 바닷가 가장자리에서

남쪽 해안 끝자락까지

한나절을 꼬박 길에서 보냈다.

기차나 버스도 고려해 보았지만

이동 편의성은 차가 더 나았다.

고향에서도 계속 움직일 일이 많았기에.

그리고 준비해 갈 선물이 한가득이었기에.

매년 연례행사로 다녀오는 부모님 댁,

그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해질수록

푸근한 그리움이 파도처럼 물결쳤다.


양가 부모님들은 한 동네에 사셨다.

서로 자주 보시고 어울리셨다.

그들은 설날과 추석 중 한 번은

장인어른과 장모님,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를 함께 모시고

식사를 했다. 벌써 5년째인데

다녀올 때마다 뿌듯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했다.

부모님께서 매년 나이가 듦에,

아직 건강하심에 감사하면서도

차츰 쇠약하심에 안타까운

감정이 부침개처럼 쌓여갔다.

작년 가을 건강검진에서

어머니의 뇌동맥류가 발견되었을 때

얼마나 놀랬던가.

다행히 크기나 위치가 위험하지 않았고

늦지 않게 시술을 받으셨다.

편두통도 사라졌다.

아버지의 혈압도 걱정되기는 하지만

꾸준한 운동으로 관리하고 있으셔서

마음이 좀 놓인다.

어머님의 불면증도 요즘 차도가 있어

전보다 더 깊게 주무신다고 하셨다.

오랫동안 드시던 약도 끊었다.

아버님은 위암 수술을 받으신지

10년이 넘으셨다.

이제는 예전처럼 식사도 잘하셨다.

참 감사하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차를 몰다 보니

어느덧 휴게소 표지판이 나타났다.

화장실도 가고 간식도 먹어야겠다.

그녀가 깨지 않게 천천히 주차했다.

그는 곁에서 잠든 아내를 바라보았다.

새근새근 우유내음이 날 듯, 아기 같다.

그녀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숨소리를 들어보았다.

한숨 두 숨 들숨과 날숨이

일출과 일몰처럼 뜨고 진다.

사람이 평생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수는 정해져 있다는 말도 있던데

당신과 함께 최대한 오래오래

같은 시공간에서 숨결을 나눌 수 있기를.

호흡 한 번을 하루라고 하면

우린 평생 얼마나 많은 날들을 함께 할까.

그런 긴 인연이 태곳적부터 닿고 이어져

지금의 우리가 되어 만난 건 아닐까.

올해는, 아마도 새로운 일들이 많을 듯해.

기분 좋은 희망이 곳곳에서

우리를 기다릴 듯한 예감, 좋다.


여보, 이제 뭣 좀 먹으러 가볼까.

여긴 무슨 음식이 유명한가 확인해 보자.

그들의 발걸음 뒤로 살가운 햇살이

솜털처럼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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