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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Sep 26. 2022

대해적이 될래요

2011년 생의 원피스 정주행을 지켜보며


요즘 작은 아이가 빠져있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이제는 고전이 된 만화 원피스다. 단행본이 100권 넘게 나오고 애니메이션도 1000화 넘게 방영된 고전이자 명작으로, 악마의 열매를 먹은 능력자 루피가 모험을 하며 동료를 모아 대해적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1999년 세기말에 보던 만화를 2022년에 아이와 함께 티비로 보고 있자니 조금 묘한 생각이 든다.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호기심과 기대감이 가득했던 청년이 책장을 넘겨가며 보던 원피스와 디지털과 영상이 넘쳐나는 세대의 초등학생이 보는 애니메이션 원피스는 얼마나 가깝고 또 얼마나 떨어져있을까.   

   


사실 는 꼬꼬마 시절부터 만화방을 다니던 오랜 구력을 자랑하는 만화 마니아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만화가가 되겠다고 공부하는 척 스탠드를 켜놓고 연습장 가득 만화를 그려대곤 했다.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고 난 후 부터는 충실한 애호가, 충성스런 독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만화는 꼭 사서 보고 있다. 책장 한쪽에는 만화코너가 따로 있고, 19금 만화들은 드레스룸 깊숙한 안쪽에 따로 모셔놓고 있다. 물론 원피스도 처음 국내에 번역본이 나올 때부터 읽었다.      


한창 열심히 보고 있는 작은 아이에게 다가가 ‘뭐가 재밌냐’고 물으니 ‘그냥 재밌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가만 앉아 감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쇼파에 거꾸로 매달렸다 점프했다 하며 몸을 가만 두지 못하고 들썩들썩 움직이며 본다. 보고나서도 “고무고무~~”하고 외치며 팔을 어 형에게 달려간다. 그냥 애니메이션만 보는게 아니라 유튜브 리뷰 영상도 보면서 스토리 진행과정을 찾아보고 패러디 영상도 챙겨본다. 캐릭터 별로 특징과 인물들의 간의 관계, 서사도 알아보면서 폭 빠져있다. 오타쿠는 유전일지도 모르겠다.(큰아이는 건담.....;;;)     



학교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대여섯 편씩 몰아보며 정주행중이고 주말에는 아침에 일어나 원피스부터 보고 시작한다. 게임 유튜버들의 플레이 영상보다 이야기가 있는 애니메이션이 낫지 않을까 싶어 방해하지 않고 있다. (여자캐릭터들의 데포르메들은 거슬리긴 하지만...)그랬더니 자기만 보고 즐기는 걸로 끝내지 않고 자꾸 나에게 와서 인물과 이야기를 들려주고 설명하려한다. 옆에 와서 같이 보자고 채근하기도 한다. 사실, 이미 수십 년 전에 책으로 봐서 다 알고 있는 스토리지만 모르는 척, 처음 듣는 이야기인 척, 이해 못한 척 하며 종알대는 작은 아이를 즐기고(?) 있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시리즈를 모두 봐야 원피스앓이가 끝나려나.     


      

 



ps- 지금도 엄마가 글쓰는 동안 아이는 신나게 원피스로 주말을 불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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