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부터 놀이터와 큰엄마에 관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글로 쓰고 싶었다. 이때까지 내 마음속에 자리잡은 놀이터의 추억은 [연민]이었다. 바쁜 엄마의 손길을 받지 못한 가여운 나, 아무도 편들어 줄 사람이 없는 불쌍한 나. 그런 내가 애처로워서 글이 잘 정리되지 않았었다. 놀이터에서 놀던 외롭고 쓸쓸한 어린아이가 내 안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 기억이 안에서 조금씩 조금씩 자라나 이야기가 되어 내게 다가왔다. 한 시간이 안 되어 글을 마무리 하며 무언가 이전과 달라졌음을 느꼈다. 그 때 그 놀이터에서 무려 40년이 지난 지금, 연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를 마주볼 수 있게 되었다. 나 스스로 지난 추억을 떠올리며 어린 나를 불쌍하게만 여기지 않고 다시 한 번 당당해지기 위해 노력하며 자라온 모습에 주목할 수 있었다. 단 한 번이라고 해도 누군가의 지지와 격려를 받은 경험이 내 삶에 어떤 자양분이 되었고, 놀이터에서 권력구도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사회도 다를 바 없으며, 나는 여전히 좌충우돌하며 살고 있다는 깨달음과 위로를 글을 쓰며 얻었다. 그렇게 마지막 문단이 덧붙여졌다.
내가 그 글을 쓰지 않았다면 여전히 나는 내 어린시절을 불쌍하게만 여기는 연민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글을 쓰며 훨씬 여유롭게 과거의 나를 바라볼 수 있었고 글을 썼기에 한 뼘더 성장할 수 있었다. 작가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지만 삶을 정돈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생생한 경험을 글을 쓰면서 얻었다. 그러니 이제는 별 수 없다. 작가가 되거나 되지 못하거나 상관없이 평생 글 쓰는 사람으로 살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