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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Nov 01. 2022

오늘은 파

'도레미라솔라시도'의 파

오늘의 나는 '파'다. 도,레,미, 다음에 오는 파.

안정된 솔보단 낮고, 레만큼 매력적이지도 못하면서 한숨 같이 소리를 내뱉게 하는 파. 


아침 7시 20분 부터 지금까지 도와 레, 미를 지나 파만큼 올라갔지만, 솔에 도착해 3도 화음을 완성하지 못하고 파에서 멈춰버렸다. 아무래도 오늘 한 옥타브를 완성하긴 힘들 것 같다.



퇴근하고 6시부터 비대면강의를 듣고있다. 커피 한 잔과 핸드폰을 챙겨 모니터 앞에 앉았다. 9시까지 이제 30분 남았다. 오늘은 유난히 집중이 안된다. 듣는둥 마는둥, 화면을 꺼둔 채 인터넷을 들락거리고 있다. 이런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것은 뛰어난 두뇌를 지녀서가 아니라 집중력이 약해서 그렇다. 한가지 일에 제대로 몰입을 못하다보니 자꾸 이렇게 높은 도까지 내처 달리지 못하고 멈춰버린다. 


신나는 라, 오만한 시까지 가기 전, 애매한 파에 멈춰섰지만 그래도 괜찮다. 지금까지 으뜸음 도에서 레, 미까지 단순하지만 깊고 묵직한 소리를 냈다. 그럭저럭 해야할 일들을 해냈다. 너무 힘내서 열심히 하지 않아도, 하루의 옥타브를 완성하지 못했어도 괜찮다. 화려하고 멋진 울림을 만들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않는다. 오늘 적당히 소리를 내고 내일을 준비하는 것도 의미있는 연주다. 


오늘의 나는 이쯤에서 마무리 한다. '파'- 한 번 더 울림을 남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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