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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지 마라

by 피어라

출근길, 작은 하천 옆으로 난 산책길을 따라 걸었다. 겨울까지 버티려는지 무성하게 자란 들풀들이 보도까지 뻗어나와있다. 어디든 닿기만 하면 칭칭 감아올리겠다는 듯 넝굴줄기가 길가로 뻗어나오고, 아직까지 초록빛이 선명한 잎들이 펜스를 삼킬듯이 넘실댄다.


선을 넘어 뻗어나간 들풀들-


넘지마라, 그 선.

너는 거기까지다.

여기는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다.

넘어와봐야 환영받지도 못하고 지나는 사람 발에 밟힐 뿐인데 뭐 그리 필사적으로 넘어오고 있는 것이냐.


생명의 본능으로 선을 넘어서는 저 여린 줄기를 보고 있자니 안타깝기도 하고 괜시리 화도 난다.


저 풀처럼 선을 넘는 사람들이 떠올라서다. 본능도 아니고 생존을 위한것도 아닌데 넘지 말아야할 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서는 사람들, 염치없는 자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고, 인정도 않으며, 결코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


공장에서, 광산에서, 배달하다가, 일터에서 일하다, 여행을 가다, 축제를 즐기며 길을 걷다,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다. 그런데도 누구하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사후약방문이어도 괜찮다.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철저히 고쳐가자는데 어째서 도망만 가는걸까.


그 선 넘지 마라, 부디.

길가의 풀들도 아니고 나라의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당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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