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지 석 달 째다. 저녁마다 이것저것 구경하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게 훌쩍 지나가있다. 왜이렇게 재미있는 영상들이 많은지.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 것도 당연하다. 눈과 귀를 사로잡는 신기하고 재밌는 짧고 감각적인 영상들이 넘치는데 지루하고 집중력을 요하며 뇌를 단련시켜야 가능한 책을 읽을리가. 이런 핑계를 대며 매일 인스타가 보여주는 영상에 푹 빠져 지냈다.
그 중에 제일 즐겨 보는 영상은 아기들 영상이다. 세상에 그 조그많고 말랑한 아기들이 웃고, 넘어지고, 울고, 애교부리고, 말하고, 뛰어다니는데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얼마나 예쁜지, 정말 혼이 쏙 나갈 것 같았다. 세상에 가장 맑고 선한 존재들을 실컷 볼 수 있으니 감사할 뿐이었다. 정신없이 아가들 영상을 보고 있으려니 진짜 아기를 안아보고 싶어지는 부작용이 생겨 곤란하기도 하지만.
그러던 차에 지난 9월부터 듣고 있는 수업의 강사 선생님이 이번에 아빠가 되셨다. 괜히 내가 들떠서 축하의 마음을 전하려고 오랜만에 아기용품점에 들러 내복을 골랐다. 인형보다 더 예쁜 옷과 소품들, 육아용품들을 보면서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눈에 익은 물건들 사이로 신기한 물건들, 처음 본 물건들이 보였다. 직원의 설명을 들어보니 십여년 전 내가 신생아 육아하던 시절보다 훨씬 편하고 과학적인 제품들이었다. 내가 아이 키울 땐 없었던 물건들, 요즘 엄마들은 이런 걸 가지고 육아를 하는구나.
집에 돌아와 여느때처럼 인스타그램의 아가들 동영상을 봤다. 이전에는 아이 얼굴만 보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여러가지 육아관련 용품들이 눈에 보였다. 세상 참 좋아졌구나, 좋은 제품들 덕에 엄마들이 편해지겠구나 싶으면서도 뒤이어 요즘 엄마들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쏟아지는 신제품들 속에 정보에 둔감한 엄마들은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까? 인스타에 공개되고 전시되는 아이들의 모습과 물건들로 마음이 힘든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내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과 현실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엄마들이 많지 않을까?
안그래도 어린 아가 키우느라 힘든 초보 엄마들이 하지 않아도 될 비교, 겪지 않아도 될 마음의 갈등과 번민으로 힘들어 할 거 같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화려하게 보여주는 육아용품들에 둘러쌓인 삶이 현실육아에 지친 사람에겐 약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독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얼마전까지만해도 텔레비전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며 연예인들의 럭셔리 육아에 부러워하거나 비판하던 커뮤니티 글들도 많았다. 따지고 보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좀 더 쉽고 빠르게 전파되는 시대가 된 것 뿐일지도 모른다.
사실 엄마들 뿐일까. 학생이면 학생나름대로, 직장인이면 직장인 나름대로, 여기저기서 보이는 타인의 삶을 보며 부러워하고 질시하며 조급해하는 사람이 오죽이나 많을까. 나 또한 부럼움과 질투사이라는 글을 쓰며 부러움을 다스리기도 했다. 의지할 멘토나 어른 없이 온라인 세상에 기대 아이를 키우는 많은 초보 엄마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절로 아려왔다. 나도 그렇게 어린 아이를 붙들고 외롭고 처절하게 긴 터널을 막 통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초보엄마들을 응원하고 싶다. 쉽지 않은 육아. 보람과 기쁨이 넘치지만 그만큼 힘들기도 한 육아의 길에서, 겉으로 보이는 비교와 무의미한 질시로 에너지 잃지 말고 중심 잘 잡고 키워나가라고 전해주고 싶다. -잘 하고 있다고, 계속 잘 할거라고. 이 아이의 엄마는 누구도 아닌 세상에 유일한 오직 당신이라고 -
조금 앞서 아이 키우는 엄마가 힘들게 아이 키우는 요즘 엄마들에게 마음으로 보내는 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