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할머니란 내 또래가 기억하는 할머니와 다른 존재다. 사회가 변함에 따라 일하는 여성이 늘어가고, 필연적으로 생기는 육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등장한 구원투수.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나를 입히고 재우고 업어가며 키워주신 분이다.
좋든 싫든 많은 아이와 할머니는 다양한 영향을 주고 받을 수 밖에 없었고, ‘시선으로부터’에서 ‘순례주택’까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멋진 할머니들의 활약에는 할머니를 긍정하는 젊은 세대들의 어린 시절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뿐만이 아니다. 할머니와 손녀의 관계를 다룬 에세이들도 서점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설집 [나의 - 할머니에게]도 젊은 작가들이 다룬 할머니들의 이야기이다.
윤성희, 백수린, 강화길, 손보미, 최은미, 손원평, 이름만으로도 묵직하고 쨍한 기대를 하게 되는 이 쟁쟁한 소설가들이 우리가 기억해야할 여자 어른의 이야기를 펴내고 있다. 책 띠지에 박아놓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할머니의 존재성을 전면에 내세운 첫 소설집’이라는 문구가 과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2020년에 나온 이 책은 각자 다른 할머니들이 삶을 풍요롭고 생생하게 펼쳐낸다. 읽다보면, 아프고 그립고 감사하고 죄송한 온갖 감정들이 막 끊기 시작한 팥죽처럼 은근하게 출렁거린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고난 후 조그많게 숨을 내쉬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