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기 시작할 때만 해도 [눈감지 마라]는 제목이 이렇게 가슴 아프게 남을 줄은 몰랐다. 대여섯 쪽의 짧은 내용 안에 인물과, 상황과 사건이 다 갖춰져 있는 것도 놀라운데 씁쓸한 유머와 짙은 페이소스까지 다 담겨 있다. 최근에 읽으면서 이렇게 깊이 가슴 아프고 깊게 공감하며 읽은 소설이 있었던가 싶다. 지금 당장의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보다, 나와 같은 여성의 생존권 문제 보다 왜 이 청춘의 이야기가 이렇게 가슴 저리는 걸까? 잠시 생각해보다 깨달았다. 그래, 이게 소설이 지닌 힘인가 보다.
진만과 정용은 지방 사립대를 졸업하고 보증금 없는 월세 30짜리 방에서 함께 지내며 근근이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작가는 웃음과 눈물을 섞어서 현재도 미래도 나아질 것 없는 현실 속에서, 가장 빛나야 할 청춘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그들이 삶이 어떻게 점점 구석으로 몰리는지 눈앞에 펼쳐놓는다. (세세한 두 청년의 이야기는 소설로 직접 확인하시라. 정말 재밌게 술술 읽힌다.)
후기에서 작가 스스로 말했듯이 두 청년의 이야기가 5년 간 신문에 연재되는 동안에 더 나빠지기만 한 현실이 가슴 아프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래도 마지막에 ‘말할 사람’을 벽에 쓰는 정용의 모습에서 미약하나마 연대의 가능성을 본다. ‘잎이 다 떨어진 대추나무 가지처럼 얇고 날이 서 있’는 모습들이 서로 기대는 모습을.
‘눈감지 마라’는 여중생을 도촬하는 남자에게 사진 지우라고 용기 내어 말하던 소설 속 주인공 정용에게 건네는 작가의 말이기도 하지만, 이 생생하고 아픈 청춘들을 외면하지 말라고 우리 시대의 어른들에게 건네는 간절한 목소리다. 부디, 이들의 삶과 현실을 직시해달라는 작가의 간절한 부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