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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Nov 14. 2022

주말 보낸 이야기

동생이 다녀갔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쉴새없이 얘기하고 이것저것 끊임없이 먹고 마셨다. 난생처음 마라탕도 먹어봤다. 커피와 하이볼과 맥주가 뱃살에 쌓여갔다. 내게는 모처럼 즐겁고 편안한 힐링의 시간이었는데 동생에게도 그랬을까. 회피형인 동생은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긴하지만 직전까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그리고 종종 우리집으로 피신오는데, 이번 주가 그랬다. 예정보다  하룻밤 더 있었으면서도 오늘 점심도 먹고 가자며 미적거리는 동생이 안쓰러웠던건 그때문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꼬옥 안아주고 동생을 보낸 후 낮잠을 잤다. 잠깐 누웠던 것 같은데, 자고 일어나니 오후였다. 청소와 부엌정리를 하고 저녁을 먹자마자 엄마 전화가 왔다. 생각해보니 일주일만의 통화였다. 이번 주 내내 많이 바빴던지라 엄마와 얘기나눌 시간이 없었다. 전화 한 통 없었다며 서운함을 내비치는 엄마를 달래기 위해 열심히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다. 근황을 듣고 엄마 얘기에 집중해 리액션한 다음 애들과 남편 얘기도 섞되 동생이 다녀간 얘기는 하지 않았다. 인내심이 바닥나지 않게 수위를 조절하는 통화는 삼십분간 계속됐다.


엄마 전화를 끊고 오분도 채 안되어 이번엔 아빠에게서 전화가 온다. 안부를 전할 틈도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아버지. 핸드폰 와이파이가 안된다신다. 설정을 확인해보시거나 아니면 껐다가 켜보라는 얘기밖에 할 수없지만 겨우 그만큼도 팔순 넘긴  아버지에겐 큰 도움인가보다. 대단한 비법이라도 전수받은 양, 119 구조대원의 조언이라도 받은 양, 비장하게 알겠다 말하고 끊으신다. 어찌되었으려나 십분 쯤 지나 다시 걸었더니  다행히 켜졌단다.


그때부터 침대에 앉아 혼자 닥치는대로 브런치 글들을 읽었다. 잠깐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자정이 지나버렸다. 아이를 재우기 이미 늦은 시간인데도 자꾸만 늑장을 부렸다. 얼른 재우고 월요일을 준비해야하는데, 머리는 아는데 손이 말을 안 듣는거라고 하자.


밤이 되고 아침이 되니 새로운 일주일이 시작되더라. 주말이 순식간에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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