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시인의 청소년 시집 [난 빨강]을 읽었다. 동네 책방 나들이에서 발견한 보물같은 시집이다. 청소년 시집이라는 문구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어린이들의 마음과 현실을 그려내는 동시말고, 어른들의 어려운 시 말고 청소년의 현실과 문화와 변화를 그려내는 시집이 있다니, 이걸 이제야 발견했다니, 뒤늦은 발견을 아쉬워하며 읽어내려갔다.
막상 펼쳐서 읽기 시작하자 익숙한 시가 몇 편 보였다. 국어 지도서에 참고시로 소개되어 있기도 한 시였다. 이미 십 년 도 전인 2010년에 나온 시집이었다. 이렇게 뒤늦게 청소년시를 발견하게 된 것은 내 아이가 청소년이 되었기 때문인것은 아닐까. 이렇게 나와 인연을 맺게 된 시집을 아껴가며 한 편씩 읽었다.
시집에는 아직은 연두인 아이들, 초록이 되지 못한 연두가 아니라 초록과 다른 색을 품고 있는 연두같은 아이들.(아직은 연두), 어른들의 시선에 갇힌 색이 아니라 스스로 주어로 나오고 싶어하는 새빨간 아이들(난 빨강), 그 아이들의 고민과 삶이 생생하게 담겨있었다. 성에 눈을 뜨고 자위도 하고 공원에서 담배도 피우는 아이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성적과 스마트폰(시 속에서는 컴퓨터와 인터넷이다. 그새 시대가 변했다), 외모로 인한 갈등들이 청소년에게 익숙한 배경과 상황속에서 무람없이 그려진다. 연애와 우정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몇몇 시들은 사춘기가 막 시작되는 고학년 아이들이 읽어도 공감할 것 같고 또 몇몇 시들은 그 시절을 지나온 어른이 읽어도 울림이 크다. 대입을 위해 쥐어짜지는 아이들의 현실고발보다는 아이들의 정서에 더 촛점을 맞춘 시들이라서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 큰 아이와 같이 읽고싶어졌다. 아이의 눈에는 어떻게 읽힐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