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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Feb 05. 2023

박지성과 김상욱, 그리고 우영우

어느 도로 위, 검정색 고급 승용하 한 대가 움직이지 않고 서있다. 길을 막고 있는 차는 짙은 선팅이 되어 있어 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운전자가 있는건지, 무슨 사정이 생긴건지 짐작할 수 없어 사람들이 몰려들어 차를 에워싸더니 차를 들어 갓길로 옮긴다.  웅성거림이 커져가는 중에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를 하고 경찰차가 도착한다. 소동이 점점 커지고 경찰이 다가오자 차 문이 열린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바로,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박지성이었다.


같이 내린 사람은 그의 아내였고, 둘은 신혼여행을 마친 후 공항으로 가던 길이었다. 사람들이 아무리 소리치고 차를 흔들어도 꼼짝도 않고 차에만 있었던 이유가 뭐냐고 묻자 그가 대답했다. 

"사실은 지금 아내와 태어날 아이의 이름을 정하고 있었습니다."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으로 부터 아이를 보호하고 싶어서 차 속에서 못나오고 있었다며 증거로 내민 것은 한 장의 종이. 거기에는 뜻을 알 수 없는 문장이 적혀있었다.  

그 문장속에 아이의 이름이 들어있다고 한다.


그때 누군가 다가와서 그 종이를 재빠르게 낚아채더니 문장의 해석을 시도한다.

그는 알쓸신잡으로 유명세를 탄 물리학교수 김상욱이다. 종이를 들고 뒤쪽의 건물로 뛰어가더니 빈 강의실을 찾아 화이트 보드에 문장을 쭈욱 적어놓고 거기에서 아이의 이름을 유추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미 전 국민들이 박지성의 아이 이름을 공공연하게 알고 있지 않던가?

우영우.


 저 문장들이 어떻게 우영우가 되는 것인지를 찾아야한다. 추리가 매끄럽지 않자 관망하고 있던 내가 끼어든다. "이 문장의 키워드는 양심과 우정이에요. 거기서 양우라는 이름을 만들었고 발음하기 편하고 어감을 생각해서 영우로 바꾼거죠." 강의실에 몰려든 사람들은 감탄을 하고 모두 이 추리를 확신한다. 김상욱은 쪽지를 들고 박지성에게로 뛰어간다. 그 뒤를 따르며 나는 "자신없어요!"라고 외쳤다.


박지성이 모습을 드러내고 자신만만하게 추리를 풀어내려는 김상욱, 두근거리며 틀릴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나. 


드디어 박지성이 입을 여는 순간!


"일어나아~~~"


남편이 나를 깨웠다.



아오!!!!!!!!!!!!!!!!


중요한 순간이었는데!!!

심지어 옷 속으로 찬 속을 집어넣으며 깨운 남편 때문에 짜증이 솟구쳤지만, 내가 생각해도 꿈이 황당해서 잠긴 목소리로 남편에게 방금 꾼 꿈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런데 이 괘씸한 남편이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써놔야지."했더니 "개연성이 없어, 차가 왜 안 움직이고 가만 있는데? 그것부터가 말이 안돼"라며 초를 친다.


아니 이사람아, 꿈이라니까! 내가 무슨 추리소설을 쓴대?

박지성이 나오고 김상욱이 나온건 안 이상하고? 애 이름이 우영우인건 말이 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웃기고 황당한 꿈이라서 눈꼽도 안 땐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 꿈에서는 화이트보드에 적은 문장까지 정확하게 봤는데 도무지 기억이 안난다. 김상욱 교수는 군복같은 추레한 점퍼를 입고 있었고, 나는 십년 전 쯤 결혼식에 한 번 입고는 살이 쪄서 두 번 다시 못 입고 모셔만 두다 이번에 눈물 머금고 버린 아이보리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쪽지에는 검정 볼펜으로, 매우 삐뚤한 악필로 쓰여져 있었다. 


이것까지 다 생각나는데 왜 그 문구가 생각이 안나는지. 그 문장이 있어야 완벽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건데 아쉽다.


그나저나 이 글의 제목을 뭐라고 붙인담? 꿈에서 깬 내용으로 만들까 아니면 박지성 이야기로 시작할까?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면서 클릭을 유도할 좋은 제목이 떠올라야하는데 이거참 꿈내용 얘기하기보다 제목짓기가 훨씬 어렵다. 브런치는 문장형 제목이 대세. 몇가지 떠올려본다.


'어젯밤 내가 꾼 개꿈에 관하여'

- 제목이 반전을 스포하는군.

'박지성 선수가 아이 이름을 짓는 법'

-잘못하면 안티들의 악플 세례를 받을 지도?


제목 짓기 귀찮은데 소설처럼 그냥 주인공 이름으로 붙여볼까? 박지성, 김상욱, 우영우.

그래, 이걸로 하자.


그리하여 오늘 꾼 꿈이야기 제목도 정했으니 얼른 발행을 눌러야지.

카테고리는 당연히 아무글대잔치다. 이런 아무말을 어디가서 하겠는가. 그래도 신나서 썼다. 

누군가의 개꿈이야기를 시간들여 읽어주시는 구독자님들께 깊이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부디 작가님들의 시간낭비가 아니었기를, 소소한 재미라도 있었기를 바랍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꾸벅. 



 ps - 아니 그런데 키워드에 박지성은 나오는데 우영우, 김상욱은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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