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가기 싫은 월요일 출근길.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소란스러운 새울음 소리가 들렸다. 길가 담장에 앉은 새 한마리가 귀가 따갑게 울어댔다.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우는 까치도 아니고, 내 발자국 소리에 포르르 날아오르는 참새떼도 아니고, 동글동글 색도 자태도 귀여운 박새도 아니다. 길가 담장 위에 앉아서 사납게 짖어대는 저 새는 도시에서도 흔히 보이는 직박구리다. 생긴것도 거친데 우는 소리는 더 거친 새다. 자기가 집지키는 파수꾼도 아니면서 높고 드센 소리로 울어댄다. 어찌나 열심인지 내가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는 것도 무시하고 운다. 기운없고 예민한데, 더 까칠한 울음소리를 들어서 짜증이 나려는 날 법도 한데 , 핸드폰을 들이대고 찍어보니 제법 귀여워보인다. 그래, 열심히 하루를 시작하라는 응원인가보다. 뜨겁고 거칠게, 이 번 한 주 열심히 살자.
하고 다짐했건만.......퇴근하자마자 피곤과 스트레스를 핑계로 맥주 두 캔 원샷. 아직 방학인 아이들이 점심에 대충 먹고 남은 반찬을 안주삼아 한 캔 더해서 총 세 캔을 마시고 뻗었더랬다. 두어시간 잠들었다 부시시 일어나서 대충 애들 챙기고 대충 치우고 다시 잠들었다. 그러고 났더니 화요일이 되어있더라. 우울했다.
어영부영 일하고 나니 벌써 오후. 커피는 이미 세 잔을 넘게 마셨는데도 각성이 안된다. 이럴땐 에너지 드링크나 박카스지. 다행히 오늘은 근처 아파트 장 서는 날. 늦게까지 여는 푸드트럭이 있으니 저녁거리는 그럭저럭 해결이 될 듯하다. 이제 겨우 화요일인데 이렇게 풀어지다니 좀 정신을 차려야겠다 싶긴한데 몸이 자꾸 가라앉는 이유를 모르겠다. 사실 가라앉는 건 마음이겠지만.
브런치에 이런 일기를 올리려니 부끄럽지만, 직박구리 사진이 예뻐서, 뭔가 드럼소리같이 나를 깨우는 자극이 될까 싶어서 그냥 발행해보련다. 이러라고 아무글대잔치라는 매거진을 만들었지.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