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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Jun 13. 2023

철학은 스파보다는 헬스장에 더 가깝다

에릭 와이너가 쓴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기 시작했다. 소크라테스, 루소, 쇼펜하우어, 공자, 니체 등14명의 철학자를 소개하며 삶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책이다. 철학책이라니. 평생 깊이 생각하는 걸 귀찮아하는 인간인데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염려도 됐다. 앞부분 읽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면 그냥 덮어야지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6쪽부터 시작하는 들어가는 말을 읽기 시작해서 11쪽 맨 마지막 문장을 읽는데, 눈이 번쩍 트이며 깨달음을 얻었다. 읽자마자 내 가슴과 머리를 때리는 문구를 만나다니, 운이 좋다. 한 눈에 홀딱 반해버린 문장은 다음과 같다.


'철학은 치유 효과가 있지만 핫스톤 마사지의 치유 효과와는 그 방식이 다르다.
철학은 쉽지 않다. 철학은 멋지지 않고, 일시적이지 않다.
철학은 스파보다는 헬스장에 더 가깝다.'


그렇지! 그래서 내가 운동을 못하고 철학도 싫어하는구나!


철학의 치유효과를 경험해보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선 철학을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하고 적용해봐야한다. 하기 싫어도 참고 해야하는 이 모든 과정이 몸을 움직여 근육을 얻는 것과 유사하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지 않는 일, 그게 철학이고 운동인거다. 투자와 성취가 정직한 일이 운동말고 또 있다는 깨달음은 꽤나 신선했다. 물론 운동을 좋아하고 헬스에 빠진 사람이 있는 것처럼 철학이 재밌고 좋은 사람도 있다. 소수의 선택받은 인간은 언제나 있는 법이니까.


'철학은 스파보다 헬스장에 더 가깝다'는 이 문장은 내가 철학을 기피하던 이유를 명확히 알게 된 동시에 앞으로 철학책을 찾아 읽어야겟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나이들어 생존을 위해 운동이 필요한 것처럼, 노년의 내 삶에 철학이 필요하다. (사실 지금껏 철학없이 살아온 게 용할지도.) 우선 이 책부터 끝까지 읽어보리라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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