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어라 Jun 07. 2023

아들 머리 자르는데, 왜 엄마한테 물어보나요

두 아들과 함께 블루클럽에 다녀왔다. 남학생이라도 멋쟁이들은 헤어샵에서 자른다지만, 우리집 아들들은 눈만 찌르지 않으면 되고, 길어서 답답하지만 않으면 되는 무신경파라서, 저렴한 남성전용샵에서 십 분 만에 싹뚝싹뚝 자르고 들어온다. 오늘은 머리 자르고 간식도 사줄 요량으로 나도 따라 나갔다.


휴일이라 그런지 앞서 온 손님들이 꽤 있었다. 잠시 기다렸다 차례가 되어 작은 애가 먼저 자리에 앉았다. 미용가운을 씌워주고 나서 사장님이 나를 보며 말을 건넨다.

"어떻게 잘라드릴까요?"


머리의 주인은 아들인데, 어떻게 할 건지 엄마에게 물어본다. 옆머리는 어떻게 하고, 앞머리는 어떻게 하고, 엄마가 정하고 엄마가 대답한다. 아니다, 그래선 안된다. 아이의 몸이니, 아이가 원하는대로, 아이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할래?"

아이에게 물었다. 


구레나룻은 남겨두고 앞머리는 눈썹까지, 옆머리는 조금 짧게. 꽤나 구체적으로 얘기한다. 이미 생각해둔 모양이다. 가위질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잠시 통화를 하러 매장 밖으로 나갔다. 


통화를 마치고 들어오니 이미 머리손질이 끝나있었다. 잠깐 살펴보니 목덜미 부분이 조금 기울어져있어 오른쪽 옆부분을 더 잘라달라고 말씀드렸다. 어딘가 어색하지 않은 지, 비뚤어지거나 대칭이 맞지 않는 지, 이런 부분만 내가 봐주면 충분하다. 아이는 만족스럽게 의자에서 내려왔다. 


큰 아이 차례가 되었다. 작은 아이 때와 달리 이번엔 내가 먼저 '무조건 짧게 잘라주세요'라고 말했다. 고등학생이니 학업에 방해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만든 애먼 참견이다. 하지만 큰 애는 엄마 말은 아랑곳 않고 옆머리는 투블럭이고 몇 미리로 잘라달라, 앞머리는 어떻게 해달라 자기가 줄줄 말한다. "그래, 네 머린데 네 마음대로 해야지." 두 모자의 대화를 듣던 사장님이 웃으신다. 


계산을 마치고 셋이서 사이좋게 가게를 나왔다. 둘이 장난치며 내 앞에서 걸어가는데, 오늘 이 아이들이  내린 결정을 떠올렸다. 사소한 일상의 결정이지만 자기결정의 과정이 성장의 바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앞으로 저 아이들이 겪을 무수한 좌절과 실패도 떠올렸다. 내가 어디까지 어떻게 지켜봐야할지 가늠해보자니 괜히 심경이 복잡해졌다. 그저 오늘 머리 자를 때 처럼,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말하는 것, 딱 그만큼씩만 자라면 좋겠다. 


엄마가 이런 생각을 떠올리는지 어째는지 아무 관심도 없는 아들들은 마냥 둘이서 낄낄대고 장난치며 먼저 가버린다. 뒤따르는 엄마는 보지도 않고.   


 


작가의 이전글 불쌍한 게 안장인지, 엉덩이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