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아마도 자주) 남편이 설거지를 합니다. 가정적이거나 가사노동에 평등을 추구하는 남자라서가 아닙니다. 그저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쌓여있는 그릇을 처치하는 것 뿐입니다. 여튼, 남편은 설거지할 때 나름의 룰이 있습니다.
우선, 윗도리를 벗습니다. 옷에 물이 튀는 게 싫어서요. 앞치마를 해도 젖을 때가 있어서 그런다고 하네요. 배가 나왔으니 당연한 물리법칙입니다. 다음에 얇은 면장갑을 낍니다. 손이 시린 것을 막기도 하고 고무에 직접 닿지 않게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섭니다. 그리고 나서 그 위에 빨간 L 사이즈 고무장갑을 겹쳐 낍니다. 이 모든 과정은 신중하고 꼼꼼하게 진행됩니다.
마지막으로 제 취향인 자잘한 꽃무늬가 박힌 다이소 앞치마를 두르면 설거지 준비가 끝납니다. 아, 허리끈은 귀찮아서 안 묶고 목에 걸기만 합니다. 그림이 그려지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