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아들의 1학기 기말고사 기간입니다. 3월 모의고사, 수행평가, 중간고사, 수행평가, 모의고사, 기말고사로 이어지는 강행군에 비록 공부를 안하는 도령이라지만 나름 압박감을 느끼고 있지요. 주말에 비록 2시에 일어나더라도 책상 앞에 앉기는 합니다. 앉아서 뭘하느냐, 이 더운 여름, 선풍기 하나 켜놓고 꾸역꾸역 이비에스 강의만 듣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저건 공부가 아닙니다. 듣고만 있어서 학습이 되나요? 듣기만 한다고 뇌속에 새겨지나요?
자기가 외우고 풀고 익혀야 하는데 그 과정 없이 세월아네월아 틀어놓는 것만으로 공부라고 생각하는 아들을 보고 있으니 속이 터집니다.
그래, 네 몫의 삶이다. 내가 안달복달 한다고 방법이 있겠니. 엄마아빠는 엄마아빠의 몫을 살겠다. 이렇게 결심하고 나니 술이 땡기더군요. 저녁먹기 이른 5시 지만 맛있는 저녁 먹고 평안을 얻으렵니다. 이럴 땐 소맥이 딱인데, 마침 집앞 삼겹살 집에서 주류 2,000원 이벤트 중입니다. 가야겠습니다.
- 아들, 강의 듣고 있어. 엄마아빠 나갔다올께.
- 어디가는데?
- 뭘 물어. 한 시간 정도 걸릴거야.
- 아니, 어디가냐고? 둘이서 어디 좋은데 가? 둘이서만 맛있는거 먹어?
어디야? 뭐야? 자식한테 말 못할 곳에 가는거야? 둘이 셋째 만들러 가?
....제가 지금 뭘 들은걸까요? 이게 지금 저한테 하는 말 맞습니까?
집요한 아들의 질문 공세를 피해 둘이서만 고기먹고 오려고 했는데, 아 마지막 대사에 기어이 웃음이 터졌습니다. 이어지는 아빠의 답은 더 웃깁니다.
- 셋째 만드는데 밖엘 왜 가?
이 부자, 왜 이러는거죠? 부끄러움은 엄마몫인가봅니다. 작은 아들은 쿨하게 '올 때 아이스크림' 한마디 하고 쳐다도 안보는데 말입니다.
- 뭐래, 얘가. 지금 셋째만들면 네가 키워줄꺼야? 삼겹살이랑 소맥 먹고 올께. 소주맥주 2천원이란 말야. 한 시간 뒤에 온다.
이러고는 둘이서 후다닥 뛰쳐나갔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에어컨까지 틀어줬네요. 우여곡절 끝에 삼겹살 집에 앉아 시원하게 소맥과 삼겹살을 먹고, 볶음밥까지 야무지게 먹고나니 어라, 2시간이 지났더군요. 나오니 어둑해지고 달도 보이더라고요. 일요일 저녁이 금방 갔습니다.
작은 아들 부탁대로 아이스크림 사고 큰아들 간식까지 사서 집에 돌아갔습니다. 물론 아들 저녁밥도 잘 차려줬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