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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Jul 04. 2023

내가 만나는 마법사

선생님, 나 오늘 아침에 화평이 형 봤어요. X 3

응?

화평이 형이요.

그게 누군데?

태권도 형이요.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형을 만나고 왔다고 굳이굳이 번씩이나 반복해서 말한다. 얼마나 반갑고 기뻤으면 나한테 와서 굳이 말할까 싶어 그 아이가 궁금해졌다.

화평이, 도대체 누구냐, 너?



교실 급식을 하느라 아가들하고 같이 배식을 한다. 오늘 후식으로 수박이 나왔다. 우리 반에 쌍둥이 형제가 있는데 마침 수박담당이 되었다. 자기 쌍둥이가 받을 차례가 되었는데 슬쩍 수박을 큰 걸로 두 개나 줬다. 당연히 다른 친구들이 '왜 너만 두개야?'하며 집단반발을 했고, 나한테까지 상소가 도착했다.

 배식하던 아이를 지그시 바라보니 고개를 숙이고 가만 있는다. 아무말없이 다가가서 수박 하나를 도로 뺐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아침을 안먹고 왔더니 배가 고팠다. 1교시 수업하는 중에 "얘들아, 선생님은 1교시 밖에 안됐는데 벌써 배가 고파."라고 볼을 부풀리며 말했더니 우리 반 제일 해맑은 아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

"선생님은 위가 다섯개인가봐!!"

그래... 내가 소띠긴 한데....소도 네 개만 있거든. 아, 나머지 하나는 디저트 배인가! 예리한 녀석.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과 아침에 맨손체조를 한다.

여름이 되고....웃옷이 짧아지고....나는 아무 생각없이 팔을 번쩍 들고.....

결국 보이고 말았다. 부른 내 배.

맨 앞에서 체조하던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선생님, 배 보여요."

-쉿, 너만 봐 아기 고양이, 라고 느끼하게 말해줄 껄. 그냥 부끄러워 팔만 내렸네.

아이들 배꼽이나 엉덩이는 보여도 귀엽지만, 내가 보이면 범죄다. 조심하자.



월요일 아침이면 아이들이 몰려와서 주말 동안 있었던 일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정말 사소한 TMI들이 휘몰아치는데, 반에서 제일 성실하고 모범적인 여자아가가 오더니,

"우리 오빠 야구하는데, 월요일에 시합가는데, 오빠 져라 했다가 엄마한테 혼났어요."

아, 부루투스 너마저. 이런게 현실남매다. 피할 수 없는 높은 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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