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 글을 써서 넣어뒀다. 내일 아침 출근하며 발행해야지. 곳간에 그득한 쌀가마를 보는 지주의 마음이다. 자본주의 만세.
화요일,
구독자가 줄었다. 숫자 하나 차이지만 하늘을 오르던 연이 줄이 끊어져 추락하는 모습을 눈 앞에서 지켜본 것 같다. 과장이 아니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지만 그렇다고 무심한 것도 아니었다.
수요일,
앱으로 인기글과 에디터 픽 글들을 읽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지나가있다. 세상에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가 있구나 싶어 새삼 놀란다.
목요일,
이틀에 한 번은 새 글을 올리고 싶은데 그러자니 글의 밀도가 떨어지고, 집중해서 다듬은 글을 쓰자니 글감이 없고, 아무글이나 발행할까 싶어도 조회수가 마음 아프다. 어떡하는게 좋을까.
금요일,
나보다 적게 글을 발행했는데 구독자는 나보다 배는 더 많은 작가님이 부럽다.
나보다 브런치를 늦게 시작했는데 글을 잘 쓰는 작가님이 부럽다.
나보다 젊은데 글이 깊이가 있는 작가님이 부럽다.
브런치에 나보다로 시작해서 부럽다로 끝나는 문장을 10개 넘게 쓸 수있을것 같다.
다른 작가님의 잘 쓴 글을 읽고나면 생기는 부작용이다.
뜬금없지만 작은도서관 사진
토요일,
다음에 발행할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오래 전 일기를 찾아본다. 써먹을 만한 얘기가 있나, 건질만한가, 여기저기 뒤적이는데 남을 낚는 게 아니라 나를 낚는 기분이 든다. 씁쓸하지만 그래도월척대신 피래미 하나 건졌다. 조금 수정해서 서랍에 넣어둔다.
일요일,
조용히 책을 읽고 밀린 빨래를 한다. 커피를 마신 뒤 욕실 정리를 한다. 평범한 일상인데 글로 써보면 다른 세계가 된다. 글을 쓰며 행복해진다. 쓰면서 내 자신이 되고 동시에 밖에서 나를 바라보는 관찰자가 된다. 이 특별한 경험이 좋다. 이 얘기도 브런치에 써야겠다. 라이킷과 댓글이 달릴까? 살짝 기대하며 저장버튼을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