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어라 Aug 06. 2023

내가 아는 무서운 이야기는 친구의 실화다

더운 여름밤엔 괴담???

내가 무서운 얘기 하나 해줄까? 아, 그 전에 문을 살짝 열어놓고와. 그래야 덜 무서우니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XX년 전, 내 대학 동기들이 초등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고사를 치르던 때 일이야. 나는 개인사정으로 그해 임용고사를 보지 않았지만 친구들은 1차 시험을 끝내고 초조하게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지. 매년 높아지는 경쟁률에  재수하는 선배들이나 같이 공부하는 동기들 모두가 경쟁자라는 부담감, 합격에 대한 불안이 뒤섞여 다들 마음 편히 지낼 수가 없던 때였어.


그 무렵 내 친구 A가 꿈을 꿨어. 합격자 발표를 얼마 안 남긴 어느날 저녁이었는데, 늦은 밤 A 자취방에서 밤에 함께 술을 마시는데 갑자기 꿈얘기를 하는거야.  


"꿈 속에서 동기들이 다 같이 엠티를 갔다. 배낭을 메고 산 속을 한참 걸어가니까 멀리서 환한 불빛이 보여. 가까이 가보니 친구들이 한 산장에 모여 재밌게 놀고 있더라. 얼른 가려는데 세상에, 완전 낭떠러지야. 계곡 건너편에 산장이 있는거지. 어떻게 가나 하고 주변들 둘러보니 출렁다리가 하나 걸쳐있었어. 그래서 그 출렁다리로 건너가는데 갑자기 누가 내 이름을 불러. 쳐다보니까, 다리 끝에서 너하고 B, C가 같이 막 나를 부르는거야. 거기로 건너가지 말라고, 건너가면 죽는다고 외치는거야. 산장에 가면 다 죽는다고."


"야, 무섭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갈팡질팡하다가 산장 쪽으로 가지 않고 돌아갔지."


 술자리에서 들은 시시한 꿈 얘기를 떠올린 건 며칠 뒤였어. 합격자 발표가 났는데, 산장에 있던 동기들은 다 합격하고, 산장에 들어가지 않았던 세 친구들은 모두 불합격. 친구들의 불합격 소식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A의 꿈이 생각나서 왠지 무섭더라고. A는 자기 꿈 때문에 B,C가 떨어진 것 같다고 미안해하면서 일절 꿈얘기를 꺼내지 않았어. 나도 굳이 말할 필요 없으니 말 한 적이 없고.


결국 A, B, C는 나란히 재수를 했어. 1차 시험을 보고나서 이 친구가 또 꿈을 꾼거야. 이번에는 합격자 발표가 날 때까지 아무에게도 꿈 얘기를 안 했다가 발표가 나고나서 나한테 들려줬지.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려고 친구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비행기가 오더래. (버스냐?) A, B, C 가 차례로 비행기에 올라타려는데 승무원이 B는 안된다고 하면서 안태웠다는거야. 다른 친구들은 다 탔는데. 가만 보니 승무원 얼굴이 작년에 이미 합격했던 또다른 절친 F더라네.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인사하려는데 꿈에서 깼데. 깨고나서 보니 기분이 묘해서 아무한테도 말 안하고 있었다는거야.


어떻게 됐을까? B는 또 떨어졌어.  A랑 C는 붙었고. 꿈 때문에 떨어진걸까, 예지몽인걸까?


뭐? 하나도 안 무섭다고? 귀신나오고 피칠갑 나와야 무서운건가. 봐봐, 죽어라 공부하고 시험쳤는데 떨어졌어. 다시 또 일년을 준비해야해. 생각해봐, 이게 안 무서워? 아이고 무서워라, 온 몸이 덜덜덜덜 떨리네. 그건 무서운게 아니라 슬픈거라고? 진짜 뭘 모르네, 슬프면서 무서운게 진짜 무서운거야. 웃기면서 무서운건 그냥 웃긴거라고.


그러니까 내 말은, 이 더위에도 수험공부하는 모든 사람들 다들 힘내시고, 원하는 결과 얻길 바랍니다. 화이팅!


(아, 이 아름다운 마무리!!  >_< )


 



작가의 이전글 네 식구 별거 없는 여행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