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이 무너진지 십 여년. 그 동안 곪았던 상처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곳곳에서 지뢰가, 폭탄이 터지고 그저 상처를 때우기만 하면서 무너져내렸다. 그간 내가 무사했던 것은, 유능해서가 아니라 단지 운이 좋아서 폭탄을 피했던 것 뿐이다. 억울하게 공격당해서 명퇴를 선택하고 휴직을 선택하고 심리상담으로도 모자라 약물을 먹어가며 버티던 선생님들이 내 주변에도 넘쳐난다.
이 와중에 도움을 받아야할 어린 교사들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아, 이젠 한계다. 더이상 견딜 수 없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추모하고 교육부와 교육청에 항의를 시작했다. 급여를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8월의 무더위에 광화문에 모인 교사들이 외친 것은 교육권 확보와 안전한 교육환경조성이었다. 오로지 교사와 학생들이 제대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해서 집회 이름도 교육권 확보 집회였다. "교사에게 가르칠 환경을, 학생에게 성장할 환경을." 이 구호를 외치며 얼마나 많은 선생님들이 눈물을 흘렸을까.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너무도 당연한 교육권에 대해 사회에 요구하고, 그리하여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외쳤다.
그러면서도 선량한 이 땅의 교사들은 집단 우울증에 걸릴 것 같은 상처를 안고 2학기 개학 준비를 한다. 아이들을 위해 교과서를 받아두고, 개학날 맞이를 고민하고 2학기 교육과정을 살펴본다. 그런데 도무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가 없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불을 지르는 일들이 계속 나타났다. 모 웹툰작가의 일도 그렇고, 오늘 알려진 왕의 DNA도 그렇다. 이 정도면 무시당하고 학대당하는건 학생이 아니라 교사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해야 그 아이들이 자라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그 미래는 누가,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분명 우리 사회는 미래를 담보로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그러니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히 부탁 드리고 싶다.
이 집회를, 참여하는 교사들과 교육현장에서 성실히 책임을 다하는 교사들을, 응원하고 지지해주시기를.
폭염보다 더 뜨겁게 외치려는 주장이 무엇인지 들어봐주시기를.
특정 집단에서 말하는 정치적 해석이나 교권과 학생권의 대립구도라는 프레임을 걷어내고 건강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한 큰 숲을 봐주시기를.
기성세대가 경험했던 폭력적인 학교 문화가 아닌 교사와 모든 학생에게 인권친화적인 교육환경 조성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목소리를 들어주시기를.
제대로 된 법 개정과 제도적인 지원이 마련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기를.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을 부디 상식과 양심에 따라 지켜봐 주시기를, 간곡히, 간곡히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