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식한데 신념있는 자

주어없음

by 피어라

바쁜 출근길, 아이들 먹을 밥을 준비하고 식탁에 잠깐 앉았다. 정성껏 키우고 있는 스노우 사파이어 화병을 무심코 쳐다보았는데, 물에 무언가 뿌연 것이 떠있었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아이들이 먹던 조그만 초코과자 조각이 물에 빠진거였다.


물에 불어서 물이 탁해진 것도 그렇고, 기름이 뜬 것을 보니 초록식물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 얼른 일어나서 병을 깨끗하게 씻고 물을 갈고 뿌리를 손질해서 다시 식탁위에 올려두었다.


버스를 한 대 놓치더라도 깨끗한 물로 갈아줘야지 그냥 갈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방사능오염수도 먹는데, 이 정도 쯤이야.......싶으면서, 그냥 아무래도 상관없을지도 모르겟단 생각이 들었다. 초연과 해탈과 포기 어디쯤인지도 모르겠다.


저 바다의 생물들과 그 생물을 먹을 더 큰 생물과, 더 큰 생물을 먹고 살 인간들이 불쌍한데, 내 힘으로 할 수 있는게 없어서 스노우 사파이어 뿌리를 보며 눈물이 날 뻔했다.



어제 저녁에 국민이 책읽을 권리를 빼앗아가는 예산 삭감 뉴스를 봤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07255.html


올해 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프로그램도 참여했고, 지금도 동네책방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도서관과 서점에서 열리는 북토크나 인문학강좌에 열심히 참여하는 독자로서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얘기인지.


내년에는 이런 양질의 프로그램은 들을 수가 없다는 것인지. 성인문해력도 심각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학생들의 문해력이 시급하다고 기초학력 강조하고 있는 마당에 그 기본이 되는 독서관련 예산을 삭감하다니. 기가막히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뿐인가. 오늘은 초중고학교에서 성인권교육 예산을 전액 삭감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07467.html


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내년 초중고 교육 관련 예산을 무려 7조나 삭감한다는 뉴스를 봤던터라 놀랍지도 않았다. 7억도 70억도 아니고 7조다.(정확히는 6조 몇 천억) 교육교부금이 7조가 줄면 아이들 교육활동에 어느 정도 지장이 생길까? 하긴, 복지 관련 예산이 날아가는 걸 보면 이 쯤은 아무 것도 아니겠지. 누군가에게는.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0829/120915131/1


지난 여름 부터 계속된 선생님들의 절박한 외침에 이 사회에 아직도 답하는 사람이 없다. 여전히 이 정부에서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다. 이러다 죽는 자와 죽지 못해 사는 자만 남겨둘 셈인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게 왕의 DNA는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