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10주기를 기념해서 나온 박완서의 에세이집,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읽었다.
읽으면서 몇몇 문장과 단어가 아니라 글 자체에 빠져서 눈물을 훔쳤다. 노년의 작가가 보여주는 솔직하고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내면의 고백과 성찰이 하나씩 내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부끄러움과 수치 마저도 이렇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데,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아름답고 감성적인 글, 트렌디하고 멋이 담긴 글을 쓰고 싶어지다가도 박완서의 문장들을 읽으면 정신이 든다. 내게 없는 것을 탐내거나 좇지 말고 내 모양대로 다듬어 살자고 다짐하게 된다. 글은 작가를 넘어설 수 없다. 내가 해야 할 것은 기교를 연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되는 것이다.
특히 가족에 대한 글들을 읽으며 울었는데, 아들을 잃은 절절한 아픔과 손자를 향한 순수한 애정을 읽고 어떻게 마음이 출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오래전, 아주 오래전에 읽어서 어느 글인지는 잃어버렸지만, 어린 손녀의 첫니를 보고 분홍 언덕 위에 엎드린 하얀 양 두 마리라는 사랑이 넘치는 묘사를 읽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순수하고 품격있는 기쁨을 지닌 작가라니. 그때 기억 그대로 더 오래오래 사셔서 더 많은 글을 남겨주셨으면 좋았을거라는 아쉬움 밖에 남지 않는 글모임이었다.
사실 이번에 읽으며 가장 놀랐던 것은 어휘의 세대차였다. 내가 예사로 쓰던, 내게 익숙한 단어들이 편집자의 상냥한 설명이 붙어있어야 할 정도로 요즘 세대들에겐 낯선 언어였던 것이다. 아무리 1930년대 태어난 작가라도 해도 이런 말도 해석이 붙어야 한단 말인가 싶어서 충격이었다. 내가 많이 늙었구나 싶은 슬픔이 몰려왔다.
여기서 잠깐 퀴즈, 다음을 뜻하는 낱말은?
1. 전통혼례 때 입는 옛날 문무백관 복장은?
2, 관청, 회사, 학교, 가게 등에 잔심부름을 위해 고용된 사람은?
3. 옷, 그리고 옷을 입는 태와 행위 등을 아우르는 말?
4. 보통 사람들이 살림하며 사는 집?
5. 물기 많은 음식 표면에 생기는 곰팡이와 비슷한 물질?
6.알록달록 곱게 만든 아이의 옷?
정답을 아시는 분은 댓글에 남겨주시면, 풍부한 어휘력을 지닌(...실은 중후한 나이대라는;;;)
작가라고 인증해드립니다. ^^
정답 공개합니다!!
1. 사모관대
2. 소사
3. 입성
4. 여염집
5. 골마지
6. 때때옷
책 속에 괄호를 넣어 단어 뜻을 설명할 정도의 옛날 말들인데..다 어딘가 익숙한 단어라는게 슬펐습니다.
ㅠ.ㅠ 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