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집중을 잃지 않고 한 번에 읽어내려가 게 만든다. 다음이 궁금한데, 책장 넘기는게 아깝다. 간만에 이런 장르소설을, 그것도 국내 작가의 작품을 읽어서 두근거림이 두 배로 늘었다.
최근에 범죄 미스터리를 읽을 때 이렇게나 빠져들고 감탄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탄탄하고 꽉 짜여있고 마지막 결말과 에필로그까지 읽으면 '세상에'하고 한 마디 내뱉게 한다.
[옛날 철공소]는 살인과 범죄를 다룬 소설답게 잔인하고 엽기적인 살인행각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불필요하거나 지나치게 성적으로 자극적인 묘사, 작위적인 시체훼손 등이 없어 더 깔끔하고 불현함없이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충분히 드라마에서 피해여성의 모습이 선정적으로 다뤄지는 것을 볼때마다 화가 치밀었는데, 이 소설에는 그런 자극적인 요소가 없어서 더 좋았다. 오히려 최근 드라마 <마스크걸>에서도 그렇듯 종교인의 기만을 다루는 부분이 더 잔인하고 가학적이었다.(어찌보면 익숙한 클리셰)
사건의 배경이 되는 안성시의 풍광과 옛날 철공소의 배경 묘사도 탁월하고 문장도 깔끔하다. 범인의 뒤를 쫒는 형사들의 분투와 추리과정, 시신 검시 장면 마저도 매혹적이다. 거기에 선과 악에 대한 질문까지 더해지면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소설이 완성되었다. 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짙은 여운을 만드는 처음과 끝의 연결과 마무리까지 최근 읽은 장르소설 중 최고다.
ps- 아, 그러나 제발, 작가님들, 만삭의 형사 아내는 등장시키지 말아주세요. 심장건강에 안좋습니다. 크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