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에 시작해서 6월에 순항중이라고 브런치에 글을 썼다. 이제 11월. 2023년이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그동안의 여정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격주로 목요일마다 모여 함께 읽은 책을 나누던 사람들이 하나씩 하나씩 늘어 지금은 총 12명. 느슨한 연대를 꿈꾼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게으른 리더라서 모임 참석이 매우 여유롭다. 가장 적을 때는 3명, 많을 때는 8명까지 모여였다. 건강상의 이유로, 학업때문에, 직장일로, 다른 일정과 겹쳐서 등으로 쉬는 분들도 계셨고 띄엄띄엄 참여하는 분들도 계셨다. 방학과 학기 초, 추석 명절 등에는 한 주씩 연기하거나 쉬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계속 참여하는 멤버들도, 지치지 않고 준비하는 나 자신도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육아와 살림에 매몰되기 쉬운 엄마들이 모여서 책을 읽고 사유를 확장시켜나간다. 혼자 있고 싶지만 동시에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적당한 거리와 적당한 친밀감 속에 두 시간 남짓 책 얘기를 나눈다.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해서 듣기도 하고 내 속의 것들을 꺼내놓기도 한다. 모임이 끝나고 나면 다들 행복했다는 얘기를 제일 많이 한다. 나도 그렇다. 뿌듯하고 만족스럽다는 말로는 부족한 충족감이다.
책 읽은 감상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책 속 인물로 빙고 게임도 하고, 주제를 가지고 한 문장 만들기도 해보며 다양하게 독후활동도 같이 해보고 있다. 평일 저녁인지라 엄마들이 시간 내기 어렵기도 하지만 소소하게 마음을 내어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 시간과 마음을 잊지 않고 오래 이어나가기 위해, 늦었지만 아카이빙을 해보려 한다. 회원들과 공유하기 전에 우선 읽은 책부터 정리해보자.
에세이와 소설, 그림책, 인문서까지 다양하게 읽으면서도 엄마들의 시선에서 책 읽기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각자의 추천 책이나 읽고 싶은 책 중에서 다같이 읽을 선정하는 방식이지만 대체로 리더가 소개하는 책중에서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신간이나 화제작보다는 리더가 1차적으로 큐레이션한 책들을 중심으로 선정되고 같이 읽었다.
11월에는 독서기록카드를 만들어 올해가 지나기 전에 마저 읽고 싶은 책, 읽다 중단한 책 독파, 읽고 싶었던 책 끝내기 등으로 각자 책을 읽고서 소개하는 시간으로 2번의 모임을 기획하고 있다. 12월에는 연말이니만큼 작은 이벤트를 준비하고 일 년을 마무리 한 뒤, 1월부터 또 새로운 책을 골라 함께 읽을 계획이다. 멤버 충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모임 홍보는 계속 할 예정이고.
내년에도 계속 이어나갈 책모임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읽고, 쓰자고 다짐한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넘어지면 넘어진김에 쉬었다 일어서면서, 오래오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