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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Sep 22. 2023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학부모 상담을 끝내고

학부모 상담을 끝냈다. 

대면으로 혹은 전화로 학부모님들과 아이들의 학교생활, 학습, 교우관계, 태도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사실, 요즘 교사로서 내 내면의 에너지는 상담할만큼의 여유가 없다. 여름부터 계속된 동료교사들의 비보, 피폐해진 교육현장, 추락한 교권만큼이나 떨어진 내 자존감과 의욕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살피면서 대화를 한다는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그런 가운데 어젠 2시 40분 부터 4시 20분까지 1분도 쉬지 못하고 연달아 5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힘드시다고, 감사하다고, 고생 많으시다고 인사해주시는 분을 만나면 절로 힘이 난다. 그럴 때 나 역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게 된다. 


사소한 오해가 있다면 풀 수 있다. 담임의 학급경영에 다 찬성하지 못하는건 당연한 일이다. 설명하는 과정은 힘들지 않다. 감정적으로 무례하게 대하는 학부모를 만날 때, 불쾌하고, 이기적인 부모를 만날 때 기운이 쪽 빠진다. 


이번에도 그랬다. 아이의 동의를 얻고, 올린 사진 한 장이 문제였다. 엄마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다. 

엄마 마음에 그럴 수 있다. 서운하고 섭섭하고 마음에 안 들 수 있다. 그런데 이 보호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이가 선생님한테 자주 지적받나요? 그래서 그런가 싶어서요."


잠시 호흡한 후 여차저차한 상황이었고, 이러저러한 의미였다, 설명드리고 어머니 마음이 불편하셨군요, 하며 보호자 마음도 읽어주며 그렇지 않다고 오해 마시라고 달랬다. 


통화를 끝내고 났는데, 억울함이 올라왔다. 

화를 냈어야 했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시고 말을 함부로 하느냐고, 무례하다고, 내 교육경력과 내 신념을 걸고 울면서 항의했어야 했다.


그걸 못하고 이렇게 혼자 속으로 피눈물을 쏟는다.


뿐인가.....아이의 단점을 얘기했더니, '가르치는 사람이 그러면 안되죠'라는 말도 들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위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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