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큰 아들이나 초6 작은 아들이나 샤워하는데 20, 30분은 족히 걸린다. 머리 감고 몸에 비누칠만 하면 끝이어야 하는데, 무슨 폭포 밑에서 수행하는 무도가처럼 샤워기 밑에서 한참이나 떨어지는 물을 맞으며 온 몸을 뎁힌단다. 아무리 물절약, 기후위기 얘기를 해도 소용없다. 충분히 몸을 적시고나서 느긋하고 꼼꼼하게 온 몸에 거품낸 바디워시를 바르고 또 한참 공들여 헹궈낸다. 형이 그러니 동생도 따라한건지, 동생이 그러니 형도 닮아간건지, 두 아들이 다 그런다. 이 작업을 무려 하루에 '두 번'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학교 다녀와서 또 한 번. 한여름이야 자주 씻으니 그렇다 치는데, 지금 같은 계절에도 하루 두 번은 꼭 씻고 어떤 날은 자기 전에도 한 번 더 씼는다. 보통 사춘기 아들들은 안 씼어서 엄마한테 잔소리 듣는 게 아닌가?
자기만 열심히 씻으면 뭐하나, 방은 엉망인데. 그것도 괘씸한데 더 괘씸한건 내게 잔소리를 쏟아낸다는 점이다. 같이 외출하고 돌아와서 씻을 때면 엄마보다 훨씬, 훠얼씬 오래 걸려 씻고서는 얼른 씻고 나온 엄마를 비난하며 잔소리를 한다.
"엄마, 또 제대로 안 씼었지? 아오 더러워. 제발 좀 깨끗하게 씻어요!"
이럴 땐 두 형제가 한 목소리다. 동생도 거든다.
"어, 엄마 머리가 안 젖었는데? 엄마, 설마 씻으면서 머리는 안 감아요?"
"야, 몸만 닦고 나와도 돼! 그리고 머리는 하루에 두 번씩 감으면 두피 상하고 머릿결 나빠진다고!"
"아, 엄마 더러워. 아우 지저분해!"
이러면서 두 형제가 깔깔대고 엄마를 비웃는다. 아, 억울하다. 내가 저 호르몬 덩어리 한테 더럽다는 소리를 듣다니. 부글부글 약이 오른다. 엄마는 깨끗해서 하루에 한 번만 감아도 된다고 하면 와서 내 머리카락을 뒤지면서 비듬있다고 경악한다. 아니, 아침에 머리 감았는데 저녁에 어떻게 또 머리를 감냐고!
나이들면서 땀도 덜나고 털도 안 자라나 싶을 정도 소박해졌으며 민소매 옷을 안 입다보니 관리할 곳도 줄었다.(으응?) 머리도 웨이브 머리다 보니 트리트먼트나 린스로 관리하는 것도바 샴푸만 하고 헤어로션이나 에센스로 관리한다. 그러다보니 샤워시간이 대폭 줄어들은 거지 내가 지저분한 건 아니다, 라고 구구절절 아들에게 항변하고 나니 도대체 이게 맞는건가 싶다. 그저 내가 너희보다 손이 야무지고 빠른거고, 물세도 줄이고 온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씻는 시간은 적정시간을 넘어 최소시간을 들이는게 맞는거다, 라고 다시 한 번 눈에 힘 주고 위엄있는 목소리로 아들들에게 얘기했건만. 둘은 들은 둥 만 둥, 오늘도 콧노래까지 흥얼대며 두피전용 삼푸로 빡빡 씻어낸 머리카락을 드라이기로 말린다. 아오, 내 전기세 도둑들!
어찌되었든 두 아들에게 엄마는 지저분하고 더럽다고 인식이 박혀버렸다. 이제는 퇴근하고 와서 좀 쉬었다 움직이려고 하면 '엄마, 또 화장 안 지웠어요? 오자마자 좀 씻어요', 라고 한다든가, '엄마 머리 떡진거 안 보여요? 제발 좀 감아요.'라며 엄마를 놀려댄다. 듣다보면 기가 막히면서 뭔가 주인과 객이 바뀐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이 든다. 요즘엔 살짝 가스라이팅 당한건지, 내가 좀 지저분하긴 한가.......라는 생각도 들뻔했다. 아, 저 아들들에게 뭐라고 말해줘야 내 속이 시원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