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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Nov 17. 2023

꺼졌던 엉덩이 근육의 스위치를 켰다

오래 전에 허리통증으로 몇 달간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카이로프랙틱이라는 도수치료가 처음 나왔을 무렵이었다. 허리가 많이 아팠던 건 아니지만 결혼 초였던지라, 임신을 대비해서 치료를 받는게 좋을 것 같아서 수소문해서 찾아간 곳이었다. 멀고 먼 다른 도시까지 가서 보험도 안되는 비싼 돈을 들여가며 내 몸의 균형을 맞추려 애썼다. 


처음 진료 받던 날 의사는 엑스레이를 찍고 오링 테스트를 하고 여기저기 내 몸의 길이를 잰 후에 선천적으로 평발에 라운드숄더, 한쪽 다리가 7mm 정도 짧다했다. 골반이 살짝 틀어지고 허리가 살짝 기울었는데, 이 모든게 발이 무너져서라고 했다. 나이들면 더 그렇게 될거라 깔창도 맞추고...근육을 부드럽게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약도 먹었다.(어디서 호구의 기운이 스멀스멀...)


요지는 기울어진 뼈를 바로 잡으려면 근육을 바르게 만들어서 근육이 뼈를 당기게 해야한다는 거였다. 그래서그런지 추나인지 도수치료인지 받고나면 살 거 같았다. 어깨가 시리고 허리가 아프고 발이 아팠던 것들이 살만해졌다. 끝나고나면 어깨와 허리가 펴지고 자세가 바로잡혔다. 그러다 일주일 쯤 되면 다시 자세가 무너지고 몸이 아파서 또 병원에서 치료(겸 마사지)를 받았다. 그렇게 3개월 쯤 치료를 계속 받다가 지역을 이동해야해서 중단하게 되었다.  어쨌거나 그 이후에 내 몸 상태 그대로 그럭저럭 잘 살았다. 아이를 둘 낳았고 업고 안아가며 키웠다. 

아이가 자라면서 평발에 까치발이라 강남에 있는 유명한 족부전문정형외과를 찾아갔다. 평발의 아치를 받쳐주기위해 깔창을 제작해서 맞춰주라고 했는데, 이전에 한의원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해줬다. 뼈를 바로 세워야 근육이 거기에 맞게 붙는거지, 절대로 근육이 뼈를 당길 수 없다고 했다. 뼈를 맞춰야 근육이 딸라온다는 그 병원은 척추측만증과 휜다리 치료와 교정으로도 유명한 곳이었는데, 병원 곳곳에 붙은 교정기를 이용해서 뼈를 맞추는 안내광고판을 볼 때마다 좀 무서웠다. 


완전 다른 정형외과와 한의원의 얘기, 어느 쪽이 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허리가 아프면 한의원에서 침도 맞고,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도 받으면 그저 그렇게 중년이 되었다. 가끔 전신 맛사지 같은 것도 받아봤지만, 받을 때만 잠깐 좋았다. 차라리 요가를 하는게 몸이 더 풀렸다. 


그런데 최근 동네에 새로 생긴 재활센터를 알게 되었다. 광고전단지를 보고는 무턱대고 예약을 했다. 재활병원에서 물리치료를 하며 관련 자격을 취득하신 분이 운영을 하는 곳인데, 내 몸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거기에 맞는 재활치료를 해주는 곳이라기에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찾아갔다. 


우선 내 몸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눴다. 타고난 라운드숄더에 평발, 현재 오른쪽 무릎이 매우 불편, 살짝 족저근막염 끼가 있고, 잘 때 종종 쥐가 남. 문서작업을 주로 하느라 어깨가 굳어있고 거북목이 의심됨. 그 후에 체형측정을 시작했다. 쇄골부터 뼈와 근육, 관절을 촉진하고 움직여 보며 꼼꼼히 측정한 결과는 이랬다.



어깨 왼쪽이 올라가고 오른쪽이 아래로 쳐진 상태. 쇄골과 몸통이 기울어 있음.

거북목은 심하지 않음.

오른쪽 골반이 앞으로 구부려진 채 아래로 내려가 있음. 

오른쪽 발목이 약간 돌아가 있음.

왼쪽 종아리, 오른쪽 팔의 근육 경직이 심함.

엉덩이 근육이 존재만 해서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 허리근육을 당겨서 사용하고 있음.

다리 근육의 긴장도가 매우 높음. 


내 몸상태를 전체적으로 브리핑 받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뭘 어떻게 해야하나? 머릿속이 마구 돌아가고 있는데, 의외로 내 걱정만큼 나쁘지 않다고 하면서 재활을 시작했다.


누워서 브릿지 자세를 해보았는데 허리와 허벅지에 힘을 빼고 엉덩이를 들 수가 없었다. 엉덩이 근육이 완전 늘어난 상태. 힘을 빼고 천천히 엉덩이 힘으로만 일으키려 해보니 신기했다. 여기에 내 근육이 있구나! 그간 제대로 쓰지 않았던 근육, 내 속에 있는 엉덩이 근육을 움직였다. 걸을 때나 서 있을 때 엉덩이 근육의 힘으로 사용해야하는데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을 끌어당겨서 쓰고 있어서 다리의 근육 강직과 피로도가 심해서 무릎뼈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였다 했다. 더불어 그래서 쥐도 자주 올랐을거고, 무릎의 불편도 연관되어 있다고 했다. 앞으로 이 근육을 자극해서 키워나가야한다고 말해주시는데, 들으면서 속으로 당장 집에가서 엉덩이 근육 키우는 유튜브 검색해서 따라해볼 생각을 했다.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바로 추가 설명이 이어졌다.

"지금 헬스를 해봤자, 엉덩이 근육이 아니라 다른 근육으로 운동하게 되어서 더 안좋을수 있습니다. 엉덩이 근육쓰는 법을 먼저 익히셔야해요. 그래서 재활트레이닝을 하는거고요."


충분히 납득되는 설명이었다. 우선 이완된 엉덩이근육을 살리는데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 등 쪽 기립근을 하나하나 풀어주시고 다시 엉덩이 근육의 힘으로 브릿지 자세를 연습했다. 단지 이것만 했는데, 하고나서 다시 서서 측정을 하는데, 내가 만져봐도 허벅지 근육이 훨씬 부드럽게 풀려있었다. 근육이 풀리니 혈액순환도 원활해져서 손끝까지 피가 통하는 느낌이 확실하게 들었다.


착하지 못한 금액이지만 받아보고나니 좀 더 내 몸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내게 이런 근육이 이렇게 움직이는 구나를 알게 된 생경한 느낌마저도 반가웠다. 50년 살면서 내 몸을 내가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에 반성도 좀 했다. 아껴가며 고쳐가며 오래오래 잘 살아야하는데 말이다. 팔랑귀라서 또 어디 상술에 혹했을지도 모르지만, 좀 더 내 몸을 제대로 쓰는 법, 근육과 관절을 올바르게 가동하는 법을 배워보고 싶다. 몸을 바르게 잡고나면 운동도 천천히 시작해봐야겠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ps- 집에 와서 남편에게 적용해봤는데, 쉽게 엉덩이 힘만으로 브릿지자세를 취해서 좀 빈정상함. 나만 없어 엉덩이근육.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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