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나무가 알려준 것

식물가꾸기와 육아의 공통점

by 피어라

반려견을 키우는 애견인은 아니지만,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개는 훌륭하다’를 곧잘 본다. 보면서 반려견 기르는 일이나 어린 아이를 키우는 일이나 공통점이 많다는 것에 신기해하곤 한다. 사랑하되 규칙은 세워야하고, 허용하되 일관성 있어야 하며, 넘치기보다 부족한 듯 키워야한다. 인생의 잠언과 교훈 같은 훈련사의 가르침을 들으면 식물을 가꿀 때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 집에서 가장 오래된 아이는 인도고무나무로, 한 잎씩 돋아나는 타원형의 이파리가 매력적인 관엽식물이이다. 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형이 멋드러진 것도 아니다. 그저 조용히 하나씩 잎을 내며 커갈 뿐인데 그 모습에 반해 정성으로 키운 지 어느 덧 십년쯤 된다.


이 아이가 막 우리 집에 왔을 때, 하나 씩 새로 나오는 잎이 정말 예쁘고 신기해서 나올 때마다 사진으로 찍어 남기곤 했다. 처음에는 빨갛고 뾰족한 가시처럼 보이지만 점점 자라면서 연둣빛으로 변하고, 가시 모양의 잎이 풀리며 동그란 잎 모양을 보여준다.


잎모양도 어린 아이 손바닥 만 한 크기라 기특하고 예뻐서 영양제를 듬뿍듬뿍 주었다. 비료도 뿌리고 식물용 액체 영양제를 꽂아주고 물도 적절하게 주면, 이번엔 크기가 확 커진 잎이 돋아난다. 분명 아이 손바닥 정도 크기였는데, 엄마 손바닥에 아빠 손바닥을 합한 큼지막한 크기의 잎이 나오니, 토실토실 살찐 어린 아가를 보는 것처럼 뿌듯했다.


줄기 크기에 비해 과하지만, 커다란 이파리가 나올 때는 마냥 신이 났었다. 큰 이파리처럼 키도 쑥쑥 자라고 줄기도 굵어져서 멋지게 자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몇 장 씩 그렇게 커다랗게 나오다가 영양제 기운이 다 떨어지면, 그 다음에는 다시 이전처럼 아이 손바닥만한 잎이 나왔다. 뿌리의 힘도, 줄기의 힘도 아닌 외부로부터 주어진 영양제의 힘으로 그 때만 크게 나올 뿐이었다. 내가 잘 키운 증거가 아니었다. 비료를 계속 해서 주면 줄기에 안 맞는 커다란 이파리만 계속 나올 뿐이고, 흙 상태도 바람직해지지 않는 다는 걸 그때는 미처 몰랐다.


영양제를 주었다 안 주었다 했더니 이파리 크기도 들쑥날쑥 해서 나중에는 초라해보일 지경이었다. 꾸준히 밑 둥이 자라도록 시간 들이고 정성들여 적절한 습도와 햇볕 관리해주는 게 더 성장에는 유익한 일이었다.


그때가 작은 아이 두 살, 큰 아이 여섯 살 무렵, 조기교육열풍이 불고 있을 때였다.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친다, 영어를 가르친다, 수학, 과학, 사회 영역별로 전집을 들이고 학습지를 시키는 주변을 보면서 고무나무를 떠올렸다.


뿌리가 단단하지 않은데 이것저것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의 그릇에 넘치도록 영양제를 들이붓는다면 어떻게 될까? 영양제의 힘으로, 엄마의 욕심으로 인풋이 가득차면 아웃풋이야 나오겠지만, 그것은 일시적일 뿐, 지속적으로 영양을 빨아들이며 커가는 뿌리의 힘이 아닌 것이다.



남들과 비교하며 조급하게 영양제부터 찾지 않고 천천히 여유를 가지려는 다짐으로 아이를 키운 지 십여 년. 아이를 키우는데 정답이 어디 있고, 완결이 어디 있을까마는 성적표를 볼 때면 사실 속이 쓰리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차례로 자연스럽게 커가도록 도와주는데 더 마음을 쏟기로 했던 그 옛날의 고무나무를 떠올린다. 과도하고 성급하게 들이붓기보다, 아이의 뿌리와 줄기를 키우는데 더 정성을 쏟기로 했던 마음을 다시 살핀다. 고무나무를 보며 결심했던 대로 내가 선택한 길이다.

이전 06화식집사도 사진 배워야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