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집사도 사진 배워야하나요?

사진으로 남겨드릴께요

by 피어라

인물 사진은 못 찍어도 식물 사진은 좀 찍는다. 잘 찍는다는게 아니라 내가 사람을 찍는 솜씨에 비하면 그나마 식물을 더 낫게 찍는다는 얘기다. 누가 그렇다 평해준건 아니고, 순전히 내 생각이다.

사진을 배운 것도 아니고 찾아서 공부한 건 건 더더욱 아니며 사진 찍거나 찍히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저 손에 쥔 핸드폰으로 찍는데 (심지어 아이폰도 아님!)식물이 주인공인 사진을 찍는일이 즐겁다. 애정을 가지고 매일 들여다보고 변화를 살피며 다양한 순간을 찍어대다보니 사진이 예쁘게(내가 찍는 인물보다는!!!)나오는게 아닐까 싶다. 따지자면 내가 예쁘게 잘 찍는게 아니라 식물이 예쁜거겠지. 어찌됐든 식물 사진을 줄창 찍어대는 나를 보며 동생은 '늙어서 그런다'고 놀려대지만 곳곳에서 눈에 보이는 식물들이 너무 예뻐서 찍지 않을 수가 없다.

고가의 카메라를 사는 경우가 두 가지가 있다 들었다. 세계여행을 앞둔 경우가 하나, 반려동물이 생긴 경우가 나머지 하나다. 사진을 찍고픈 강한 동기 중에 반려동물이 있다는게 재밌어서 기억하는 이야기였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식집사에게도 해당이 되려나싶다. 드루이드들의 경이로운 식물성장과정 사진을 보면 그 집요함과 인내심에 감탄한다. 전문 사진작가들의 사진들을 보며 감동하고 초록의 미모에 홀리기도한다. 그러다 보면 비루한 내 손으로도 초록초록한 식물 사진을 선명하고 깨끗하게, 빛과 감도를 조절해가며 찍어보고 싶어진다. 생명력 넘치는 식물의 순간들을 멋지게 찍어서 오래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거다. 그 어떤 사진도 실제 초록의 아름다움을 넘어서기 힘들겠지만, 키우는 사람의 애정이 담뿍 느껴지는 사진을 보다보면 어느새 내 마음도 치유되기에 나 역시 식물의 순간을 남겨보고싶은 충동을 느낀다.

당장 폰을 바꾸거나 렌즈달린 카메라를 살 일은 없으니 그저 인스타로 멋진 식물사진을 즐긴다. 그리고 내가 키우는 식물이나 지나가다 만난 식물을 마주칠때마다 핸드폰을 꺼낸다. 나무들, 풀들, 다육이들, 꽃들, 열매들, 하나도 같은 사진이 없다. 여전히 그때그때 기분 내키는대로 찍어대는 식물 사진이지만 보면서 언제나 위로 받는건 나라서, 더 멋있게 찍어주고 싶다. 그게 내 고마움의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