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은 라면을 먹기로 했다.
설에 먹고 남은 떡과 만두를 넣고 얼큰한 떡만두라면으로 먹자.
좋다.
그럼 누가 끓일 것인가.
여기서 갈등 상황이 발생했다.
서로 끓이려고 불 앞에서 비켜나질 않는것이다.
남편과 내가-
큰 웍에 물을 넉넉하게 담고 냉동떡과 만두를 먼저 넣었다. 쫒아온 남편이 옆에서 잔소리를 한 숟갈 넣는다.
"물이 끓은 다음에 넣어야지!"
"냉동이잖아, 미리 넣어서 익혀도 괜찮아. 면만 물 끓고 넣으면 돼."
남편이 라면 두 봉을 가지러 간 사이에 페파론치노 고추를 네 조각 넣었다.
"아, 고추가 그 고추였어? 그거 너무 맵지 않아?"
"괜찮아, 떡 들어가서 매운 맛 별로 안나."
남편이 스프를 야무지게 뿌려 넣는 동안 나는 냉장고에서 비장의 무기, 삭은 갓김치를 꺼냈다. 그리고 면과 함께 한 줄기를 통채로 투하.
"어, 김치를 왜 넣어. 국물맛 버리게!"
라면봉지를 재활용함에 버리고 온 남편이 김치를 발견하고 볼멘소리를한다. 남편은 갓김치를 안 먹는다. 사실은 싫어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편을 엉덩이로 밀어내고 집게로 면을 뒤집으며 센불에 라면을 끓였다. 투덜대던 남편이 숟갈을 들고와서 국물 맛을 본다.
"살짝 싱겁지 않나? 먹어봐."
나도 한 숟갈. 살짝 싱겁지만 매운맛은 확실하고 더 끓여지면 괜찮을 것 같다.
간은 적당하다고 말하는데 남편이 옆에서 달걀을 깨트려 그릇에 담는다.
"아 뭐하는 거야, 달걀을 풀어서 넣으면 그게 육개장이지! 라면에는 그냥 넣는거야!"
"난 풀어서 넣는게 더 맛있다고!"
서로 취향대로 달걀을 넣겠다고 실갱이가 벌어졌지만 라면이 끓고 있는 웍 손잡이를 잡은 사람이 최종 승리.
결국 내 취향대로 세 개를 퐁당퐁당 바로 투하! 그렇게 끓여서 완성한 주말특식 떡만두라면!
둘이서 저 많은 양을 다 먹었다는.....
먹고나서도 짠 속을 달래려 바나나와 두유와 쿠키와 사과를 ...............
이렇게 주말 라면전쟁은 행복한 먹부림으로 끝이 났다.
굳이 말하자면 내가 끓였으니 뒷정리는 네가 하시오, 하고 은퇴한 나의 승전이 아닐까.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