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0대 여성(애 둘 낳고 키우던 시절, 과거의 나)
애 둘을 누군가에게 맡겨야만 단시간 모임 참석이 가능했다. 게다가 운전도 못하고 면허도 없다. 시간적, 물리적, 인간적 제약으로 모임에 나가기가 힘들었다.
동네 어린이집, 유치원 친구들 엄마와 교제가 시작되었으나, 아이가 좋아하는 친구 엄마일 뿐이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기에 굉장히 미묘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친자매를 능가할 정도로 가까워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이들간의 갈등이 생기면 빛의 속도로 멀어질 수 있는 관계. 결국 오래가지 못했다.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펜션을 예약하거나 캠핑을 가는 둥, 아이동반으로 여러 집이 다 같이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임도 있다. 네츄럴 본 인싸들만 가능한 모임이므로 애초에 나는 불가능한 미션이다. 부럽고 해보고 싶기도 했으나, 아마도 내 DNA에는 가족동반모임이 없는 것 같다.
2. 50대 아줌마 아저씨(현재 남편과 나)
친구 모임에 나가고 싶어도 지금까지 연락하는 친구가 없다.
관계도 물을 주고 벌레를 잡고 분을 갈아주며 돌봐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때로 이유도 없이 절연당하기도 했다. 이제는 연락해서 물어보기도 민망하게 연락이 끊긴 친구들, 먼저 연락하면 반가워는 하겠지만 굳이 만나서 인연을 잇는 에너지를 들이고 싶지 않은 친구들, 카톡에 연락처는 남아 있지만 인사하지 않는 친구들 뿐이다. 나 먹고 사는데 바빠서 친구를 정성껏 가꾸지 못했고, 어린 시절 처럼 싸우면서 풀지 않고 조용히 서로를 손절한다. 친목 모임에 나가려면 새로 사람을 사귀어야하는데 만날 곳도 없다. 대신,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한다. 친구가 될지, 오래가는 인연이 될지, 아직은 모르겠다.
3. 80대 남성 (내 친정 아버지)
아버지에겐 20명 남짓이 모이는 친구 모임이 있다. 20년도 더 된 모임이지만 60대 이후 노인이 되어 만난 인연이다. 근처 공원 정자에 모여 장기를 두고 바둑을 두다만난 할아버지들이신데, 꾸준히 만나시고 슈퍼 앞 파라솔에 앉아 막걸리도 한 두 병 드시면서 친목을 다지신다. 동네 친구들이라고 부르던 사이인데, 요즘은 거의 만나지를 않으신다길래 왜그러시냐 물었더니.....
" 스무 명 정도 만났는데, 지난 달에 나가보니 나까지 두 명 남았더라고."
맵다, 매워. '그동안 뿌린 조의금, 나는 못받겠어.'라며 웃으시길래, '돈 안 받고 오래 사시는 게 더 좋아요 아부지.'라고 답해드렸다.
가끔, 친구가, 사람들이 모이는 만남의 자리가, 오랜만에 만나도 여전히 반가운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어릴 때부터 늘 관계에 서툴었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나 장점도 없어서 친구도 없고 외로웠다. 오십줄에 들어서니 그 동안 많이 깎여나가고 다듬어져서 조금은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도 쉽지가 않다. 친구도 다 때가 있는 건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