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명절을 앞두고 머리를 했습니다. 어깨까지 내려오게 자란 웨이브를 짧게 쳐낸 볼륨매직. 거울속에 비친 내 모습이 참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생기있고 단정하며 엘레강스해보였습니다. 진짜입니다. 머리카락을 찰랑이며 집으로 돌아갔지요. 남편이 저를 보자마자 어깨를 안으면서 말했습니다.
"어디서 한거야........."
2. 명절 당일, 찰랑이며 친정에 들어서니 1일1팩을 하는 열네 살 조카가 저를 보고 말했습니다.
"이모, 최양락이야?"
네, 오늘부터 가문의 금기어가 생겼습니다. 최.양.락.
3. 구순을 앞두신 큰이모. 옛날분이기도 하시지만 원체 체구가 작고 여리여리하신 분이라 평소에도 나를 보면 "저래 우람해야 아들 키운다"라며 칭찬(???)하시는 분입니다. 설겆이 하려고 뒤돌아 선 나를 보고 식탁에 앉아계시던 우리 큰이모. "저 다리 봐라, 부잣집 맏며느리 다리다."
네, 맏며느리도 아니고 부잣집며느리는 더더군다나 아니지만, 무슨 뜻인건지 다 알아들었다구요. 이모 그마안...
행복하고 정겹고 즐겁고 배부르고 여유롭고 좋고 아주좋고 기타등등했던 추석이었지만, 저기 어딘가 멍이 하나 들었네요. 에라 모르겠다, 술이나 한 잔 마셔야겠다!
이상, 2024년 추석에 제가 들은 말 베스트 3였습니다!!!
번외편 - 순위에 들지 못했지만.
애인이 추석선물을 들고 집앞으로 왔습니다. 깨알같이 행복하자는 메세지까지 붙여서 들고 온 그녀가 바뀐 머리를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어머, 언니 머리 잘랐네?"
"어, 볼륨매직했어."
".......볼륨이야? 기름져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