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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Nov 15. 2021

월요일, 달립니다

나의 월요병을 소개합니다.

나는 월요일 아침이 되면 흥이 오른다. 월요일은 몸도 무겁고 의욕도 떨어질 것 같은데, 나는 그 반대다. 주말동안 아이들과 집안일에 시달리긴하지만, 업무에서 벗어나 있는 이틀 동안 재충전이 되기 때문이다.     

 

보통 내 일주일은 이렇게 이뤄진다. 월요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가족들 먹을 것도 잘 챙기고 여유 있게 출근한다. 자리에 앉아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해치우고 일주일의 업무계획도 마무리 한다. 웃는 얼굴과 여유 있는 태도로 하루를 보내고 퇴근 후에도 의욕적으로 가사정리를 마친다. 주말동안 게으르게 지내느라 쌓아두었던 빨래도 해치우고 때로 안하던 걸레질도 한다. 이것저것 음식도 챙겨 저녁을 먹고 난 다음에는 아이들을 앞세워 산책을 나가기도 한다.      


그러다 달이 기울고 깊은 밤이 되면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듯 기운이 쭉 빠진다. 충전해둔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고 방전돼버리는 것이다. 하루에 해치운 일들을 떠올리며 보람은 넘치지만 기운은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되어 침대에 눕고 이내 잠에 빠져든다. 주말 내내 모은 에너지를 고작 하루 만에 다 불태우고 재가 되버린다.      


화요일이 되면 카페인 없이는 버티지 못하고 업무 진척도 더뎌지며 집안일도 쌓아두기 시작한다. 수, 목, 금요일을 그럭저럭인 상태로 버티고서 주말이 되면 또 하루 종일 쉬며 에너지를 채운다. 주말동안 휴식하며 충전했다가 월요일 하루 만에 다 쓰고 방전. 그렇게 맞는 월요일 밤, 피곤과 숙면의 밤이 내게는 월요병이다.   

   

어리석은 패턴이라는 게 눈에 보이는데 도대체 왜 잘 조절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 월요일부터 너무 많이 달려 나머지 일주일이 피곤해지는 루틴이 만들어진 까닭은 잘 모르겠지만 월요병도 이런 월요병이 없다. 월요일을 열심히 살아낸다 쳐도 나머지 나흘을 비실대며 지내지 않고 에너지를 날마다 조금씩 나눠 쓰면 월요일 밤이 조금 더 편안할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느슨하고 여유 있는 밤, 내일 할 일을 떠올리며 준비할 수 있는 밤, 긴장과 충전을 같이 느낄 수 있는 밤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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