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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칠이 Jul 13. 2016

엄마의 마음 #1

내심 너가 가방 가져간다고 해서 좋았는데..

"너거 핸드백 하나 사 왔다. 집에 와서 봐라."


"웬 핸드백? 암튼 알았어 지금 집에 들어가는 길이야."


"오늘 낮에 갔는데 행사를 하더라고... 싸고 괜찮아서 샀는데 어떠냐?"


"크기가 좀 작지 않아? 근데 있으면 쓸 거 같기는 하다. 얼마 줬어?"


"15만원인데 이게 합성피가 아니라서 부드럽고 좋아. 이런 건 하나 가지고 있으면 오래 쓸 수 있어."


"으음..."


"왜 별로야? 가서 그냥 환불 할까?"


"아니 그냥 쓸게!"



새 가방을 써 볼까 하고 속에 든 종이 뭉치를 꺼내면서 보니 꼭 갖고 싶던 크기도 모양도 아니다.

백화점에서 파는 가방 치고 결코 비싼 축에 드는 건 아니지만 엄마 돈 없다고 그랬는데... 나중에 돈 모아서 내가 다른 거 살테니 그냥 환불 받으라고 해야겠다.



"엄마 내가 생각을 해 봤는데 이 가방 그냥 환불해도 될 거 같아. 적은 돈도 아니고.. 엄마 돈 없다면서. 지금 당장 필요하지도 않으니까 나중에 내가 맘에드는 걸로 살게."


"가방 가지고 간 거 아니었냐?"


"응 도로 종이랑 담아놨어."


"내가 너 가방 하나 못 사주겠냐? 그냥 잔말 말고 들어. 합성피로 만든 싸구려는 몇 번 안 써도 버려야 하니까 지금은 돈 좀 더 줘도 이게 훨씬 이득이야."


"그래도 괜찮은데.."


"난 너가 아침에 드라이기 코드 뽑는 거 보고 좀 속상했는데 그거 때문에 안 가진다고 했냐?"


"아냐 나 진짜 그냥 싼 거 써도 되니까 그런거지.. 그냥 머리 말리려고 한 거야:"


"난 내심 너가 가방 가져간다고 해서 좋았는데.."



아침부터 신경질스럽게 드라이어 플러그를 뽑는 모습에 속이 상했더라도 사다 준 가방을 집어드는 걸 보고는 내심 기분이 좋은 게 엄마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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